[SC 페이퍼진] 3개월만에 20㎏ 감량 '내사랑 내곁에' 김명민
입력 : 2009.09.28 10:24
| "안녕하세요"라며 기자의 손을 잡는 그의 몰골은 초췌했다. 얼굴에는 뼈 마디가 살짝 드러났고, 1m80의 큰 키에 비해 미인대회에 출전한 미녀를 연상시키듯 몸매는 호리호리했다. 한 눈에 봐도 몸에 힘이 없어보였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가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기에 촬영 당시의 감량에서 완전 회복해 평소의 다부진 모습으로 되돌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감색 계통의 가디건에 블루 컬러의 와이셔츠를 받쳐입고 검정색 넥타이를 맨 탓에 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보였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김명민(37). '내 사랑 내 곁에'를 찍으며 무려 20㎏을 감량, 화제의 중심에 선 김명민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와인바에서 만났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에서 김명민은 철저한 몰입연기로 각각 이순신과 장준혁, 강마에란 드라마속 캐릭터로 팬들에게 각인됐던 주인공. 이번 '내 사랑 내 곁에'에서도 루 게릭병 환자인 종우 역을 맡아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자와 만난 김명민은 수척해진 외모와는 달리 말을 할 때에는 연기자답게 한 마디 한 마디가 명쾌했고,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무슨 얘기부터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먼저 살인적인 감량을 화두로 올렸다. |
| '이 작품 제대로 못하면 죽는다' 다짐 또 다짐 |
| 루게릭 환자들에게 희망 주고싶어 실제처럼 연기 작품마다 절박…'현실 안주하면 끝'이라고 생각 다음엔 이와같이 몸으로 하는 연기 못 할 것 같아 |
▶100그램과의 전쟁
-어떻게 체중을 감량했는지 궁금하다.
"평소 몸무게가 72㎏이다. 그런데 영화가 크랭크인한 2월 10일부터 촬영이 끝난 5월 25일까지 3개월 보름동안 20㎏을 뺐다. 촬영이 시작한 날부터 의사의 조언을 받아 밥을 먹지 않고 야채만 먹기 시작했다(곁에 있던 매니저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야채 팩을 구입해 먹었다고 함). 양상치와 당근 오이 청경채 등을 즐겨먹었다. 가끔 두부도 먹었다. 1개월 동안 야채만 먹었는데 막판에는 야채도 끓여먹었다. 2개월째부터는 암환자들이 수술전후에 먹는 유동식(씹지않고 그대로 삼킬 수 있는 음식물)을 먹었다. 끼니에 맞춰 하루에 작은 캔 3개씩을 먹다가 양을 차츰 줄여 3개월째에는 1캔만 들이켰다. 막판 보름 정도는 물만 먹고 버텼다."
-체중은 마음 먹은 대로 잘 빠졌는가.
"루 게릭 환자를 연기해야 하는 만큼 병의 진행 속도에 맞게 살을 빼야 했다. 촬영 기간 내내 체중 때문에 고민했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아침 자고 일어나 살이 빠져있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다. 처음 10㎏은 어렵지 않게 뺐으나 나중에는 100g 빼기도 힘겨웠다. 하루 종일 물 한방울 안마시고 그냥 지낸 적도 있다. 촬영장에서 박진표 감독님한테 '어제 보다 살이 더 빠졌어'라는 소리를 들을 때면 너무 기분이 좋았다."
-후유증은 없었나.
"살을 빼면서 기력이 많이 쇠해졌다. 순간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정신이 가물가물해지기도 했다. 또 앉아있다가 일어서면서 쓰러지기도 했다. 다음에는 이렇게 몸으로 하는 연기는 못할 것이다< 웃음>. 정말 못하겠다."
김명민은 촬영 막판 극심한 불면증과 저혈당 증세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스태프들이 나서 감량을 만류했으나 김명민은 최후의 순간까지 감량을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불살랐다. 그의 현재 체중은 63㎏.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10㎏을 더 회복해야 한다. 촬영이 끝난 후 체중 감량했을 때의 역순으로 체중을 서서히 불리고 있는 상태. 7월부터 밥을 먹기시작했으나 위장이 약해져 속이 불편할 때가 많다고 했다.
▶늘 절박함에 젖어 사는 배우
김명민은 지난해 11월초 MBC의 '베토벤 바이러스'가 끝난 뒤 박진표 감독으로부터 '내 사랑 내 곁에' 출연제의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검토해 본 김명민은 처음에는 몇번 고사했다. 죽음을 향해 치닫는 루게릭 환자의 모습을 리얼하게 재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영화를 했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운명의 장난'처럼 결국 출연을 승낙하게 되었다고 했다. 촬영을 앞두고 그는 자기자신을 완전히 지우고 맡은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는 메소드 연기를 위해 루게릭 환자들과 치료의사들을 찾아다니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실제 루게릭 환자의 진행속도에 맞춰 손동작과 발 동작, 표정 변화 등를 관찰해 뒀다가 연기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굳이 체중을 20㎏씩 빼지 않고 적당히 연기를 해도 되지않았는가.
"실제 루 게릭 환자처럼 연기하고 싶었다. 연기를 잘 소화해서 루게릭 병을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해 희망을 주고도 싶었다. 나는 연기할 때마다 '이걸 제대로 하지못하면 죽는다'는 다짐을 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절박하다. 안일하게 현실에 안주하면 난 여기서 끝이다라고 생각한다. 무명시절을 오래 겪은 만큼 실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김명민은 여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 하지원과 함께 영화의 OST로 쓸 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노래도 불렀다. "감독님이 부르라고 해서 종우의 감정으로 불렀을 뿐"이라고 했지만 치열한 삶을 살아온 그의 배우 인생에서 못할 게 뭐가 있을까? 그는 "김현식 선배님의 명곡에 누를 끼치지 않았는지 염려된다"며 몸을 낮췄다.
<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김명민은 "기존의 작품들과 성격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도전 욕구가 넘치는 그다. 김명민은 "배우 인생에서 '김명민'이라는 이름은 거슬린다.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인물의 행동과 말투를 창조한다. 인간은 얼마나 다중 복합적인 존재인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가면서 도전의식이 고취된다. 이번 작품 역시 그랬다"고 말했다. < 송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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