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파워블로거의 '영화-드라마 이야기'

뱀파이어 소녀와 왕따소년이 만날 때…

'렛미인'. 들어가도 될까요?

스웨덴에서 온 차갑도록 가슴 시린 영화 '렛미인' 입니다.

'할리우드가 망쳐버리기 전에 하루빨리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이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기로 결정됐을 때 '롤링 스톤'지에서 한 말입니다.

얼마 전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고, 원작의 분위기를 영화로 너무나 잘 표현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기에, 저 역시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오히려 영화는 원작보다도 더 강렬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영화의 기본적인 구성은 뱀파이어 영화이지만, 여느 뱀파이어 영화와는 길을 달리 합니다.

영화 속 표현을 빌리자면, 뱀파이어들에게는 그들만의 독특한 규칙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이 영화의 제목과 바로 관련되어 있죠. '렛미인'. 초대받지 않으면 인간의 방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칙입니다. 두 번째는 어린아이를 뱀파이어로 만들지 않는 것이라 합니다. 홀로 살아갈 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를 뱀파이어로 만드는 것은 죄악으로 치부된다고 하네요.

뱀파이어의 규칙처럼 이 영화는 들어가기를 청하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그만큼 이들의 이야기에는 조심스럽고 신비스러운 독특함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뱀파이어소녀(?) '이엘리'와 왕따 소년 '오스칼'의 순수한 만남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그 느낌이 참 여러 가지로 다가옵니다. 가슴 시린 사랑의 아픔일 수도, 소외받는 사람들의 슬픈 자기위안일 수도, 나약한 인간들의 살아남기 위한 자기 몸부림일수도, 공포와 선악, 순수와 타락, 생존의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각자 보고 싶은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북구의 차갑고 신비로운 느낌처럼 장면 장면이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게 영화의 기본적인 분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강한 느낌과 진한 여운을 주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말과 글보단 가슴으로 느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엘리'와 '오스칼', 이들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요.

'이엘리'는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시간 속에서 '오스칼'에게 자신이 되어보라고 주문을 합니다. '이엘리'의 모습, '오스칼'의 모습, 어쩌면 하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 안의 수많은 모습들처럼 많은 표정과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다 나 자신의 틀 안에서의 모습들입니다.

그리고, 영원히 죽지 않고, 늙지 않는 삶을 300년간 살아왔지만, 12세의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엘리'입니다. 살아가기 위해선 보호자를 필요로 하는 '이엘리'와 아직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년인 '오스칼', 이들이 함께하는 미래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요. 영화를 보면 이들의 미래에 대한 답도 예상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간단히 사랑이라고 정의 내릴 수도 없습니다. 각자가 받아들이는 이미지에 따라 이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저, 서정성이 돋보이는 공포영화라 할 수도, 순수한 사랑이야기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에 더해 다양한 느낌과 여운을 가지고 있는 게 이 영화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내면의 감정을 이렇듯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자극하는 영화는 근래에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눈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는 느낌처럼 그 여운 참으로 진하고 오래도록 남아 있을 '렛미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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