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프러포즈

"현대에서 공예의 의미는 무엇인가?"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이런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흥미로운 답을 제시하고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올해 주제는 다소 도발적인 《Outside the box(만남을 찾아서)》로, 공예가 디자인·회화·설치미술·조각·건축 등과 만나면서 새 지평을 보임으로써 공예에 대한 개안(開眼)의 계기를 준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예술의전당 주변에서 지난 23일부터 열리고 있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크게 3가지 전시로 나눠 볼 수 있다. 본전시는 현대미술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실험적인 전시가 펼쳐지며, 국제공모전은 공예라는 영역이 얼마만큼 발전하고 확장될 수 있나를 보여준다. 올해 초대국가인 캐나다의 공예품을 모아놓은 캐나다관은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대공예의 주소를 엿보게 한다.

본전시 첫 번째 섹션의 주제는 〈인공의 지평〉으로, 22개국 작가 99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공예가 디자인·현대미술과 만나 어울리기도 하고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브라질 캄파나 형제의 작품 '연회의자'는 버려진 재료를 이용해 만들었다. 공예작품 하면 떠올리는 전통적인 재료에 대한 생각을 허물고 있다. 네덜란드 작가 피터 얀센의 그릇은 컴퓨터가 디자인한 대로 만들어졌는데 손으로 빚은 만두 같기도 하면서도 모호한 느낌을 준다. 〈인공의 지평〉 큐레이터 김윤정씨는 피터 얀센의 작품에 대해 "사람의 손을 쓰는 전통 방식과 하이테크놀로지의 경계에 서 있다"고 했다. 스페인 작가 조르디 카누다스는 작품 재료로 빛을 끌어들여, 공예작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공간과 기억이라고 주장한다.

본전시 두 번째 섹션의 주제는 〈오브제, 그 이후〉로 단순한 공예품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다. 서명자의 작품 '지금 바로 이 순간'은 손으로 만들어진 옷을 통해 인간의 소통과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올해 국제공예공모전에는 53개국에서 1989점이 출품됐는데 한국의 현병연과 독일의 노라 로첼이 대상에 공동선정됐다. 현병연의 '약동-두려움을 용기로'는 나무 넝쿨을 이용해 삶의 도전과 새로운 만남을 형상화했다. 거친 듯하면서도 견고해 보이는 넝쿨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은을 소재로 한 노라 로첼의 'Egg Puzzle'은 알을 깨고 나오는 존재를 표현했다. 모양은 목걸이 같지만 계란 모양의 퍼즐로, 감각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캐나다관은 〈Unity & Diversity(통일성과 다양성)〉라는 주제로 캐나다 원주민과 각국에서 건너온 다양한 이민자들이 어떻게 문화를 하나로 묶어내면서 동시에 차별화하는지 보여준다. 변광섭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은 "캐나다 전역에서 뽑힌 204명의 공예인이 212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며 "캐나다에서 해외전시에 이렇게 대규모로 참가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인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상명대 조형예술학부 교수)은 "이번 비엔날레는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는 공예가 후기산업사회에서 어떻게 틀을 깨고 나와야 하는지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공예 역시 새로운 전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이어진다. (043)277-2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