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 의료비의 90%… '실손 보험'으로 실속 챙기기

환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사가 대신 내주는 민영의료보험이 다음 달부터 크게 달라진다. 민영의료보험은 개인이 실제로 지출하는 비용을 보험처리 해준다고 해서 '실손(實損) 보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음 달부터 판매되는 민영의보는 본인 부담 치료비를 100% 보장해 주지 않고 90%까지만 보장해 준다. 8~9월은 일종의 유예 기간으로, 이 기간에 손보사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첫 3년간은 100%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이후 갱신 시점부터는 90%만 보장받는다. 2009년 7월까지 가입한 계약자는 이번 제도 변경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고 나서 10월에 민영의보에 가입하면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입 시기를 놓쳤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상황에 따라 뒤늦게 가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떻게 달라지나

다음 달부터 판매되는 민영의보 표준안은 기존 상품과 보상 한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병·의원에서 소비자가 내야 하는 의료비의 90%를 보장해 준다. 예전에는 손보사는 100%, 생보사는 80%를 보장해줬다. 가령 병원에서 1000만원의 의료비가 나왔고 이 중 650만원을 국민건강보험에서 해결해 주는 경우, 본인이 실제 부담한 350만원 중 90%인 315만원을 보험사가 내주고 나머지 10%인 35만원은 가입자가 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예전에는 병원비로 낸 돈이 5000원(상품에 따라 1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을 보험사가 무조건 보상해 줬지만, 10월부터는 의원·한의원 1만원, 병원 1만5000원, 종합전문병원은 2만원을 빼고 보상해 준다. 종합병원에서 나온 2만원 이하 의료비 영수증을 갖고 보험사에 청구해 봐야 보험금이 안 나온다. 또 입원비 지급 한도가 기존 최대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축소되며 통원치료비는 1일당 최고 30만원 이내에서 연간 180회까지 보장된다. 금융감독원 측은 "실제 보험금 지급 실적에서 통원비 30만원을 초과한 진료 건수는 전체의 1.3%에 불과했고 5000만원 초과 입원비는 없었다"고 말했다. 10월 이후 바뀌는 보장 한도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예전 상품에서 보장되지 않았던 치매·한방·치과·치질 등은 새롭게 보장 항목에 추가된다. 그러나 한방·치과·치질은 건강보험 적용(급여) 항목에 대해서만 보장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치과에서 금니를 씌우는 것은 예전처럼 보장이 안 된다.

◆보험료는 약 10% 싸질 듯

8~9월 중 가입자의 경우 예전의 보장 내용이 적용되지만, 갱신하는 시점에서 '10월 이후 표준안'으로 자동 변경된다. 통상 갱신 시점은 가입일로부터 3년 뒤다. 반면 7월 또는 그 이전 가입자는 예전의 보장 내용을 만기 때까지 유지할 수 있다. 갱신할 때는 바뀐 제도가 적용되는 새 보험으로 갈아탈 순 있지만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보험업계에선 기존 실손 보험보다 약 10% 정도 보험료가 싸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90% 보장형 상품은 기존 상품에 비해 3~5년 갱신 시점 때마다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도 낮다. 반면 100% 보장 상품은 고객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로 지급 보험금을 충분히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향후 갱신 시점 때마다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100% 보장 상품과 90% 보장 상품 간 보험료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길게 보면 90% 보장 상품은 보험료 부담이 낮을 가능성이 큰 만큼, 100% 보장 상품 가입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80%가 보장되는 생보사 상품은 90% 보장 표준안으로 갈아타는 사람이 많겠지만, 100% 보장되는 손보사 상품은 90% 표준안으로 갈아타는 사람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은

실손의료보험은 주(主)보험으로 가입하는 방법과, 종신보험·상해보험·CI(치명적질병)보험·통합보험 등에서 특약을 통해 가입하는 방법 등 2가지로 나뉜다. 현재 30세 남성이 가입할 경우 실손의료보험 월납 비용은 1만~2만원 선이다. 다만 민영의보는 갱신 시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고 나이가 많을 경우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향후 병원을 자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미리 가입해 두는 것이 좋고 큰 병을 앓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가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 결국 실손보험도 '보험은 확률 게임'이란 원칙이 적용된다. 또 실손보험 가입 시 소비자는 중복가입 여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각각 다른 보험사에 2개 상품을 들었다고 해서 소비자 입장에서 받는 보험금이 늘어나지 않는다. 두 곳의 보험사가 각각 반씩 나눠서 지급할 뿐이다. 따라서 중복가입 소비자라면 하루빨리 '특약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생명보험협회(www.klia.or.kr)나 손해보험협회(www.knia.or.kr) 홈페이지에서 본인이 직접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보다 확실히 확인하려면 보험 계약서에서 특약 항목을 꼼꼼히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