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반발 VS 반발

〈제2보〉(19~34)=왕하오양(王昊洋·20)은 국제무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철저한 신인. 아무리 경력을 뒤져도 국내기전 두 차례 4강 진출이 고작이다. 이번 LG배를 통해 처음 '바깥 나들이'를 했다. 통합예선서 김수진 한종진 김주호를 연파한 뒤 자국 선배 저우허양(周鶴洋)을 결승서 제친 걸 보면 결코 만만한 실력은 아니란 느낌.

19의 헤딩은 가미카제식 자폭(自爆)처럼 보이지만 원래 '족보(族譜)'에 있는 수다. 백이 21자리에 서서 외곽을 봉쇄하면 참고1도처럼 꿩과 알을 모두 챙기겠다는 뜻. 21로도 참고2도 1에 붙여가는 것이 행마의 리듬인 듯싶지만 이 경우엔 좋지 않다. 백 6 이후 A의 부담을 안은 흑 쪽이 더 피곤한 싸움이라는 것.

23은 행마법대로의 수순이며 27까지 희한한 절충이 일단락됐다. 백의 실리와 흑의 두터움이 잘 어울린 모습. 28로 '가'의 두 칸은 온건하긴 하지만 흑 '나'의 압박 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결국 또다시 상대 뜻을 서로 거슬러 33까지 한 매듭을 마감했다. 이 결과는 백의 의욕적 수법이 유력해 보이지만, 박영훈도 두텁게 두어놓고 현찰(現札)화하는 재주가 좋아 불만 없는 진행. 34에서부터 새로운 전투가 발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