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A(39)씨는 지난달 보험료 고지서를 받아 보고 화들짝 놀랐다. 5년 전 가입한 보험 상품 보험료가 1만6000원대에서 2만4000원대로 무려 50%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A씨는 "보장 내용이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5년 만에 보험료가 이렇게 비싸지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A씨의 담당 보험설계사는 "그동안 암(癌)을 비롯한 질병 발생 확률이 높아졌고, 보험사 수익도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갱신형 보험'의 갱신 주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보험료 폭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갱신형 보험이란, 가입 후 3~5년마다 가입자의 나이와 같은 연령대의 위험률에 맞게 보험료가 재조정되는 상품을 뜻한다. 원래 생보사들은 똑같은 금액의 보험료를 만기때까지 쭉 나눠 내는 방식의 정액형 상품만 판매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일부 외국계 생보사가 5년 만기 갱신형 상품을 처음 선보인 이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갱신형 보험은 가입 초기에 언뜻 보면 보험료가 다른 상품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만 31세 남성이 60세 이내에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 1억원의 보험금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자. 보장 내용은 똑같은데도, 20년간 매달 똑같은 보험료를 내는 정액형의 보험료는 월 3만1700원이다. 반면 3년마다 보험료가 조정되는 갱신형 상품은 월 4200원꼴이다. 그러나 갱신형은 가입 이후 5년·10년·15년 등 갱신을 거듭할수록 보험료가 대체로 오른다. 또 정액형이 예컨대 10년이나 20년만 보험료를 내는 것과 달리, 갱신형은 만기가 되는 바로 전달까지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활동이 다 끝난 노후에 치솟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6년 10월 갱신형 상품을 처음 출시한 삼성생명의 경우 다음 달에 3년 갱신 주기가 돌아오는데, 보험료 부담이 25%나 늘어나는 사람도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나이든 사람의 보험료가 전체적으로 오르고, 젊은 사람은 내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종태 AIA생명 마스터플래너는 "은행 대출금리가 변동금리일 때, 금리변동 위험을 고객이 몽땅 떠안는 것처럼, 갱신형 보험도 보험사가 아닌 고객이 모든 위험을 짊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갱신형은 현재 진단비 등 한정된 보장 내용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수술비나 입원비 등도 갱신형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양세정 보험컨설턴트는 "부득이하게 정액형을 해지하고 갱신형으로 가입한다면 갱신 시 보험료가 오른다는 점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