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TV에서 보지 못한 극장판의 매력 외

2004년 11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1년간 수많은 싱글 여성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리에 방영된 KBS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극장판 버전. 이미 다 아는 캐릭터, 다 아는 이야기로 새로운 흥미를 자극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예상 밖으로 이 영화는 TV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매력을 다채롭게 끌어낸다.

직장도 외모도 보잘 것 없는 30대 싱글 여성이 멋진 연애에 성공할 확률은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을 확률보다 희박하다고 읊조리는 '잘 안 나가는' 성우 박미자(예지원). 그녀가 허우대 멀쩡한 연하의 방송국 PD(지현우)와 사랑을 나누게 되는 판타지에 가까운 연애담은, 확실히 극장판으로 봐야 훨씬 리얼하고 재미있다.

TV에선 그저 귀여운 푼수에 불과했던 박미자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운 불쌍한 싱글 여성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연방 눈웃음을 지으며 누나의 사랑을 얻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 PD는 끝까지 마음을 잘 열어주지 않는 냉철한 이미지로 중무장한다. 주름진 얼굴처럼 사랑의 감정도 쭈글쭈글 말라버린 줄 알았던 세 할머니 콤비가 불쑥불쑥 던져놓는 은밀한 욕망도 낯설면서 재미있다. "죽기 전에 꼭 꽃무늬 팬티를 한번 입어보고 싶다"거나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고 싶다"고 수줍게 고백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박미자의 판타지 같은 사랑과 어우러져 묘한 화음을 이루어낸다.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어느날 神으로부터 호출을 받다

브루스 올마이티

EBS TV 밤 12시10분

할리우드 코미디 배우 짐 캐리에게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진지함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장난꾸러기 모습과 세상의 어떤 음모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억울한 남자의 초상. '천지창조'를 흉내 낸 포스터에서 벌거벗은 신의 자태로 앉아 있는 모습만 봐도, 이 영화의 짐 캐리가 코미디 계보를 잇고 있다는 것쯤은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영화를 연출한 톰 새디악 감독은 '에이스 벤추라'와 '라이어 라이어'에서 이미 짐 캐리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인물. 이전 영화에서 교훈 따윈 접어두고 유쾌한 웃음만 좇았던 두 장난꾸러기는, 오랜만에 제대로 도덕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뉴욕 버펄로 지역 방송국 리포터인 브루스 놀란(짐 캐리)은 야망만 많고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 남자. 세상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이 남자는 어느 날 멋진 생방송 기회를 라이벌 앵커에게 빼앗긴다. 방송에 대고 지독한 욕설을 퍼부은 놀란은 방송국에서 쫓겨난다. 하늘을 보며 "왜 나에게만 불행이 따르는 거냐"고 삿대질하는 그에게 어디선가 날아온 '삐삐' 신호음. 그를 호출한 사람은 청소부 옷을 입은 신(神)이다. 이 영화는 정체불명의 신(모건 프리먼)을 내세워 인간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능청스러운 유머로 들려준다. 100분,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