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가족은 어떻게 끈끈해지는가 외

정윤철 감독의 관심은 여전히 '가족'이다. '말아톤'에서 정신지체 장애아와 엄마의 '성장의 배꼽'을 떼지 못한 사랑을 애틋하게 돌아봤던 정윤철 감독은, 두 번째 연출작인 '좋지 아니한가'에서 더 많은 가족의, 더 시끌벅적한 사연을 신명나게 긁어모은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이들은 전주천변의 이층집에 모여 사는 '심씨 가족'.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일하는 숫기 없는 아버지 심창수(천호진)와 남편의 무능력(?)에 애가 타다 짜증만 제대로 늘어버린 아내 희경(문희경), 자신이 심씨 혈육이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아들 용태(유아인), 밤만 되면 인터넷 방송 DJ로 변신하는 4차원 딸 용선(황보라), 말만 무협작가지 실상은 백수나 다름없는 이모(김혜수)의 얽히고설킨 일상이 특별한 긴장감 없이 산만하게 이어진다.

그렇다고 내세울 만한 사건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가난한 동급생 하은(정유미)에게 푹 빠져 있는 용태는 아버지가 하은과 원조교제를 하는 듯한 이상한 동영상을 보게 된다. 동영상은 일파만파로 퍼진다. 대화를 나누기보다 혼잣말에 익숙한 이들이 서로를 가족으로 인지하는 순간은 바로 그때부터. 타인의 돌팔매가 거세질수록 가족의 끈끈함은 더해진다. 제목 '좋지 아니한家'는 '좋지 아니한 가문'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감탄사의 중의적 표현. 다소 산만하지만, 가족과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유쾌하게 알려주는 조금 다른 의미의 명절 영화다.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쏜다  MBC TV  밤 12시25분

서로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만나 일탈을 저지르며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 박정우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 시절부터 줄기차게 반복, 변주했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각본을 쓴 '신라의 달밤'이나 '라이터를 켜라'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영화는, 역시나 작고 별 볼일 없는 일상의 단초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윤리교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교과서처럼 반듯하게 살아온 모범시민 박만수(감우성). 스피드를 즐기는 일탈의 취미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남자 만수는 카레이서의 꿈을 일찌감치 접어두고 얌전한 공무원으로 살아간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던 그에게 닥친 위기는 다름 아닌 실업과 이혼. 인생의 극단에 내몰린 남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준법정신 따위는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환송회의 술상을 뒤집어엎고 길거리에 오줌을 휘갈기며 호기를 부리는 남자.

하지만 공교롭게도 노상방뇨를 한 곳은 파출소 담벼락이었고, 이곳에서 그는 병든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죄를 짓고 제 발로 파출소로 걸어온 불량시민 양철곤(김수로)을 만나게 된다.'쏜다'는 사연도, 성격도 다른 두 남자가 함께 도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따라간다. '간 큰 가족' 이후 절친한 친구가 된 감우성, 김수로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불합리한 사회에 의미 있는 쓴소리를 날리는 영화. 화끈하게 쏘는 느낌은 아니지만, 유쾌한 유머는 살아 있다.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