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꼬마 칼리토스는 엄마를 만날수 있을까 외

꼬마 칼리토스는 엄마를 만날수 있을까
언더 더 세임 문 KBS 1TV 밤 12시15분

'언더 더 세임 문'은 영화의 소재로 흔히 등장하는 한 아이의 '엄마 찾기 삼만리' 과정을 익숙하게 반복한다. 멕시코의 허름한 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아홉 살짜리 꼬마 칼리토스(아드리안 알론소). 그의 유일한 낙은 매주 일요일 아침 10시, 미국 LA에서 일하는 엄마(케이트 델 카스틸로)와 전화로 짧지만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을 힘겹게 넘어 미국에 도착했지만 아직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하지 못한 엄마 로사리오는 아들을 데려오지도, 다시 멕시코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두 사람이 그리움과 원망이 뒤섞인 대화를 나눈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멕시코의 아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찾아온다. 할머니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연고도 없이 멕시코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칼리토스는 곧 짐을 챙겨 죽음을 불사하고 멕시코 국경을 넘어간다.

'언더 더 세임 문'은 겁 없는 꼬마 칼리토스가 엄마를 찾아가는 힘겨운 여정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이나 '중앙역'처럼 부모 찾기 여정을 담은 영화들이 흔히 어른들의 이야기를 꽁꽁 닫아버리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반해, 이 영화는 엄마의 사연과 아들의 사연을 동등한 비율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한쪽도 밀쳐내기 어려운 상황이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지만, 영화는 쉽게 신파에 빠지지 않고 마지막 해피엔딩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남겨놓는다. 103분, 전체 관람가.

긴장과 복수로 그린 수묵화
와호장룡 EBS TV 밤 11시

자고로 무협영화는 격정과 분노와 복수의 대서사시가 되기 십상이지만, 리안 감독이 21세기에 다시 쓰는 무협영화 '와호장룡'은 좀처럼 머리끝까지 새빨갛게 불타오르는 흥분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우아하게 은근한 긴장과 복수의 수묵화를 그려나간다.

때는 19세기 청나라 말기. 당대 최고의 무인으로 소문난 무당파의 마지막 수제자 리무바이(주윤발)는 사부가 푸른 여우에게 죽임을 당하자 세파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강호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상, 선대부터 이어져 온 보검 '청룡검'을 더 이상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한때 흠모했으나 득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깊숙이 다가가지 못했던 사매 수련(양자경)에게 보검을 맡기고, 자기 대신 황족 철패륵에게 보검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리무바이의 부탁으로 철패륵의 집을 방문한 수련은 이곳에서 며칠 뒤 결혼을 앞둔 처자 소룡(장쯔이)을 만나게 된다. 겉으로는 수련을 언니처럼 따르지만 알고 보면 열정과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울부짖는 호랑이' 같은 여자 소룡. '와호장룡'은 성난 말처럼 뛰어다니는 소룡과 마음을 다스리는 경지를 터득한 리무바이, 수련의 우아한 사랑을 대비시키며 진정으로 세상을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철학적으로 그려낸다. 120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