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미결(未決)로 남기다

〈제4보〉(48~62)=왕하오양은 최철한이 주장으로 활약 중인 중국리그 시안(西安) 팀 멤버. 다소 뚱뚱한 체형이어서 바둑도 호방할 것 같은데 의외로 실리를 탐하는 쫀쫀한 스타일이다. 쓰촨(四川) 팀 주장을 맡아 중국 사정에 밝은 이영구 七단은 "대국 때 엄청 큰 숨소리를 낸다. 좋은 매너와는 거리가 먼 편"이라며 고자질성 정보(?)를 전한다.

하변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넓은 지역도 아닌데 의외로 변화가 많아 정답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48로 단수치고 50에 날 일자로 뛴 것이 급소이자 최선. 흑 51의 건너붙임 또한 최선이다. 이 수로 단순히 55의 곳에 막는 것은 참고도 백 2의 급소를 빼앗겨 패(覇) 없이 한 수 차이로 흑이 잡힌다. 결국 57까지는 외길 진행. 그리곤 서로 수를 메워나가 61로 단수치는 데까지 패(覇)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백은 '가'에 두어 바로 패를 하지 않고 62로 손을 돌린다. 훗날 팻감이 많아진 뒤 '가'로 메워 단패에 들어가겠다는 속셈이다. 반대로 흑으로선 두 번을 두어야 하변 백을 잡는 소위 2단패(2段覇)의 형태. 일단 흑이 찜찜한 결말이긴 하지만, 전투 과정에서 하중앙 흑세가 두터워져 큰 불만은 없다. 미결(未決)로 남겨진 하변 수상전은 쌍방 전략의 최대변수로 떠오른 채 이 바둑 끝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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