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선수(先手)쟁탈전

〈제5보〉(62~77)=옛날 어느 고수(高手)가 죽음을 눈앞에 뒀다. 제자들이 슬퍼하자 그는 "인생에도 패(覇)란 게 있다면 어찌 한번 해 보련만…"이라며 쓸쓸히 미소 짓더란다. 죽었다가도 살아나고, 다 진 바둑도 뒤엎는 패(覇)야말로 마물(魔物)이다. 하변 패가 이 바둑의 최대변수로 등장했다.

백이 '가'에 두면 하변은 단패(單覇)가 된다. 그러나 백은 손을 빼 62(10분)로 손을 돌렸고, 이 작전이 현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고1도 흑 1이하의 수단을 예방하면서 64까지 상당한 실리를 챙겼기 때문. 흑이 두 수를 들여야 하변 패를 이길 수 있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흑 63은 부분적으론 참고2도 1로 젖힐 곳. 하지만 상대가 2, 3 교환 후 4를 차지하는 것을 미리 방지하려는 임시변통이었다. 65는 그만큼 대세의 요충지였다. 66 삭감수를 게을리하다 흑에게 72 자리를 당하면 중앙이 시커메진다. 67은 선수를 뽑기 위한 또 한 차례 고심의 한 수. 일관된 콘셉트는 소위 기자쟁선(棄子爭先)이다. 목표대로 기어이 77에 손을 돌리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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