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결혼 생각한 당신의 남자친구가 게이라면?

낯 간지러운 제목의 이 영화를 관객들이 우르르 몰려가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극장을 나와서 동네방네 소문을 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그 영화 어떠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관객은 "꽤 괜찮았다"고 말할 것이다. 8일 개봉할 한국 영화 '헬로우 마이 러브'는 김아론이라는 젊은 감독의 발견이며, 갈증 날 때마다 탄산음료를 들이켜 온 한국 영화계가 느긋이 앉아 마셔볼 만한 차(茶) 한 잔이다.

라디오 작가 겸 DJ인 호정(조안)에게는 프랑스에 유학 가 있는 오랜 남자친구 원재(민석)가 있다. 호정은 원재가 귀국하면 프러포즈받을 일만 남았다고 믿는다. 드디어 귀국한 원재 곁에는 프랑스에서 만났다는 남자 후배 동화(류상욱)가 있다. 어느 날 호정은 남자친구와 그 후배가 선·후배 관계 이상임을 알게 된다. 원재는 그런 호정에게 "유학가서 나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로맨틱 코미디 같은 제목의 이 영화는 별로 웃기지는 않지만 여러 번 슬쩍 미소 짓게 만든다. 동성애를 주요 소재로 다뤘으나 노골적인 장면은 없다. 일반시사회에서 몇 번 "어우~" 하는 관객 반응이 나왔을 뿐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냈으며 곧 결혼하리라 생각했던 남자친구가 뒤늦게 게이임을 깨닫는다는 설정은 극히 영화적이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곧 그런 생각을 잊고 스크린에 집중하게 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이야기에 충실하고도 딱 알맞게 연출됐으며, 배우들의 연기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남자친구가 게이여서 여자는 충격을 받고, 그냥 포기할 수 없어서 "한 달만 더 만나자"고 한다. 그때도 안된다면 헤어지기로 한다. 이 영화는 그렇게 세 남녀가 어울리고 술 마시고 여행가는 이야기다. 시나리오가 조금 더 치밀했으면, 코믹 요소가 조금 더 많았으면, 조금 더 짧은 기간의 이야기를 다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같은 감독의 다음 작품을 고르게 되리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이 영화엔 소소하고 재미있는 복선들이 많다. 라디오 방송 내용과 와인 라벨, 심지어 주제음악인 샹송 '라 메르(La Mer)'에도 복선이 깔려 있다. 한쪽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 남녀가 함께 간 동물원에서 사자끼리 서로 핥아주는 장면, 남자 주인공이 라디오를 듣다가 교통신호를 놓치는 장면, 세 남녀가 바다에서 장난치며 노는 장면들은 영리한 연출에 큰돈이 들지 않음을 말해준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어색한 주제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다뤘다. 제작비는 독립영화 수준인 3억7000만원. 배우 조안의 연기에 관객들은 탄성을 뱉을 것이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사랑스럽고 표독스럽고 능청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