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님 눈가에 웬 멍자국?

김기라의 《Super Mega Factory》전(展)에는 웃음 뒤에 감춰진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일침이 엿보인다.

작가는 우선 현재의 환경을 거대한 자본주의 공장이라고 보고, 그 허구성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우리가 '정크 푸드'라고 부르는 햄버거 그림을 고급스러운 액자에 넣었다. 작가는 이를 '쓰레기'라고 부르면서 우리에게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전달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에는 웅장한 영화 주제음악과 함께 할리우드를 연상케 하는 대형 영화간판도 보인다. 대형 영화간판에는 작가를 내세워 '김기라 감독'이라고 써 웃음을 자아낸다. 뒤틀린 배트맨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자본주의와 미디어가 빚어낸 허상에 휘둘려왔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자고 말한다. 김기라는 "중학교 때 서울에서 63빌딩을 보고 그 거대함에 놀라고 원더우먼을 이상형으로 삼았던 경험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틴 맨(tin man)도 등장한다. 작가는 "눈물을 가지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바람을 가진 피조물을 통해 인간성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면서 "틴 맨이 그렇게 되고 싶어한 인간은 정작 서로를 얼마나 증오하며 끊임없이 싸우고 있느냐"고 말했다.

전시 주제의 한 축이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면 다른 축은 권력자에 대한 통렬한 비웃음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마르크스나 눈에 멍이 든 영국 여왕이 그 대상이다. 권력자들이 빚어낸 체계의 허구성을 들춰보게 하는 것이다. 작가는 LED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비롯해 평면회화, 조각까지 장르 구분없이 활발하게 상상력을 펼친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18일까지 열린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