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인내(忍耐)의 세월

〈제7보〉(94~106)=박영훈의 계산능력은 국내 프로들 사이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8분의 1집, 심지어 16분의 1집까지 오차 없이 계산해 낸다는 것. 박영훈 본인은 "4분의 1집까지는 명확히 나오는데 그 이하는 그냥 느낌으로 한다"며 웃는다. 일단 미세한 형세까지 이끌면 승리는 그의 몫인 셈. 이쯤 되면 반상(盤上)의 '투사'라기보다는 '측량사'가 더 어울릴 것 같다.

96으로 뛰고 보니 제공권마저 백에게로 넘어간 느낌. 흑은 집도, 세(勢)에서도 뒤져 있다. 97, 99는 상용의 수법. 여기서 백이 참고1도 1로 반발하는 수는 없다. 6 때 백 ?V로 따내는 패는 백의 부담이 더 크기 때문. 흑이 아예 A에 이어도 백은 한쪽이 떨어진다. 아무튼 이제 흑으로선 우중앙 일대를 가로지른 백 미생마에 대한 공격만이 유일한 희망으로 등장했다.

105는 인내의 한 수. 생각 같아선 참고2도 1로 파호(破戶)하면서 직공(直攻)해가고 싶은데 쉽지 않다. 6까지 선수(先手)로 중앙에 눈을 마련한 뒤 8로 뛰면 상변 흑진이 오히려 거덜날 판이다. 최악의 경우 B면 우변에서 또 한 집이 마련된다. 5분여 만에 106으로 붙여가는 왕하오양의 손길이 자신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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