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펀드수수료… 기간·유형별로 따져야 이익

지난달 28일 펀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발표됐다. 펀드 투자자들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법적인 펀드 판매수수료 상한선을 5%에서 2%로 낮추고, 판매보수 상한선은 연 5%에서 연 1%로 낮추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뉴스를 접한 펀드투자자 최경민(가명·36·경기도 안양시)씨는 정부의 발표로 당장 내 펀드의 판매수수료가 얼마나 내려가는지 궁금했다.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조차 헷갈렸다. 정부의 펀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풀이로 알아봤다.

Q: 판매수수료는 뭐고 판매보수는 뭔가? 비슷한 얘기 같은데.

A: 복잡한 펀드 수수료 체계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펀드 총비용은 크게 수수료와 보수로 나뉜다. 수수료는 한번 떼어 가는 일회성 비용이다. 펀드에 가입할 때 판매사인 은행이나 증권사가 원금에서 미리 떼가는 것이 선취 판매수수료이고, 펀드를 해지할 때 떼어가는 것이 후취 판매수수료다. 보수는 매년 부담하는 비용이다. 정확히 말하면 매일 펀드평가잔액에서 일정비율을 떼어가는 구조다. 판매사가 받는 판매보수와 운용사에 운용 대가로 주는 운용 보수 등이 있다.

수수료와 보수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펀드 유형이 클래스A부터 D까지 구분된다. 클래스A형은 선취 판매수수료가 있으면서 매년 내는 판매보수가 낮은 유형이다. 클래스B형은 후취 수수료가 있고 판매보수가 낮다. 클래스C형은 선취수수료가 없는 대신 판매보수가 비교적 높은 펀드 유형이고, 클래스D형은 선취·후취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가 모두 있는 경우다. 국내 펀드는 대부분 A형과 C형으로 판매되고 있다.

Q: 이번 수수료 인하 방안은 어떤 펀드에 적용되나.

A: 10월 말쯤으로 예정된 시행령 공포일 이후 신규로 설정되는 모든 유형의 국내외 공모(公募)펀드에 적용된다. 사모펀드는 제외된다. 또 기존에 설정된 펀드에는 당장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존 펀드가 새로운 유형의 '클래스'를 신설하게 되면 새로 바뀐 규정을 따라 펀드 수수료가 낮아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투자방식의 펀드라면 기존 펀드와 새로 설정되는 펀드의 수수료를 비교해 값싼 수수료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Q: 정부 방안대로라면 실제 펀드수수료가 얼마나 내려가나.

A: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를 모두 받는 클래스A형의 경우 앞으로 출시되는 펀드는 판매수수료가 2%, 판매보수는 1% 이내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현재 판매 중인 'PCA China Dragon A Share증권자투자신탁A-1[주식]Class A'의 경우 총 펀드 비용 2.11% 중 선취 판매수수료는 1.2%로 정부가 제시한 상한선(2%)보다 낮지만, 판매보수는 1.2%로 상한선(1%)을 웃돈다. 따라서 앞으로 신규 출시되는 펀드는 판매보수를 1% 이내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최소 0.2%포인트만큼 수수료가 저렴해진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매년 최소 2만원씩 절약된다는 뜻이다.

클래스C형도 '하나UBS가족사랑짱적립식증권투자신탁K-1(주식)Class C형'처럼 판매보수가 1.737%로 매년 똑같은 펀드라면 판매보수가 1% 이내로 확 낮아진다.

하지만 투자기간에 따라 펀드수수료율을 낮추는 '체감식 판매보수'라면 다르다. 최초 가입연도에는 1.5% 이내로 판매보수가 제한되고, 1~2년 기간에는 1.2%, 2~3년에는 0.9% 식으로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예컨대, '미래에셋 차이나 A 쉐어 펀드' 클래스C형의 경우 현재 최초 가입한 1년 이내에는 연 1.7%의 판매보수를 내고, 1~2년에는 1.53%, 2~3년에는 1.37%, 3~4년에는 1.23% 보수를 내고 있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수익률이 0%로 가정) 첫해 연 17만원, 가입기간 1~2년엔 15만3000원, 2~3년에는 13만7000원의 보수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수수료 구조를 가진 신규 펀드에 가입한다면 앞으로는 첫해 15만원, 12만원, 9만원 식으로 보수가 낮아진다. 금융위는 전반적으로 약 18%가량 펀드 수수료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문가들은 3년 이상 장기투자를 할 때에는 클래스C형보다 매년 내는 판매보수가 적은 클래스A형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권고해왔다. 하지만 신규 설정된 펀드들의 경우에는 클래스C형의 경우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1% 이내로 판매보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투자할수록 클래스A형보다 판매보수가 더 낮아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박성현 펀드애널리스트는 "투자기간을 얼마로 가져갈지를 미리 정하고, 클래스A형과 C형 간의 수수료를 비교해 어떤 것이 유리한지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이번 펀드수수료 인하 방안은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인덱스펀드나 채권형펀드에는 큰 영향이 없다.

Q: 기존 펀드들도 수수료를 내릴까.

A: 이미 설정된 펀드가 펀드 보수 및 수수료를 내리려면 펀드 약관을 다시 고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신규 펀드와 비교해 높은 수수료에 불만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늘어난다면 판매사들의 자발적인 인하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주식형펀드의 판매보수는 평균 연 1.257%, 선취 판매수수료는 0.99%다. 특히, 클래스C형(1385개)의 경우 금융위가 정한 펀드 보수의 상한선(1.5%)을 넘는 펀드가 724개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