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아르브뤼(정신장애인 등의 작품)'전(展) 여는 교수

    입력 : 2009.10.08 03:07 | 수정 : 2009.10.08 03:29

    김통원 교수, 1000여점 구입… "편견 바뀌는 계기되길"

    김통원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이 7일 오후 성균갤러리에서 열린‘아르브뤼’전 시회에서 한 정신장애인이 크레파스와 립스틱으로 그린‘이효리’를 설명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어머, 저것 봐. 물주전자 안에서 사람 머리가 둥둥 떠다녀."

    여대생 두명이 그림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노란색 물이 흘러나오는 투명 주전자 안에 인두(人頭) 형상 6개. 사인펜과 크레파스로 그린 김정명씨의 '무제(無題)'다. 72점의 전시작 어느 하나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경영관 1층 성균갤러리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아르브뤼(Art Brut)' 전시회가 시작됐다. 아르브뤼란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정신장애인이나 재소자, 어린이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의 미술을 말한다. 자신의 성(城) 안에 고립된 이들이 상처받은 가슴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이날 전시작은 모두 이 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인 김통원(52) 교수의 소장품이다. 김 교수가 '아르브뤼' 장르를 접하게 된 것은 2004년이다. "정신병 환자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한다. 정신질환이 치료되기도 한다"는 스에야스 다미오(末安民生) 일본 게이오대 교수의 얘기를 들은 뒤였다.

    '미술 작품을 사회복지학에 접목시키자'는 생각에 김 교수는 미술 공부를 새롭게 시작했다. 청계천 헌책방에서 20여년 전 출간된 '계간 미술' 과월호부터 구해 읽었고, 아르브뤼 미술에 대한 동영상 CD 수십 장을 보고 또 봤다.

    "일본의 미술품 애호가들이 한국의 아르브뤼 작품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옛날 우리 문화재를 외국에 빼앗기던 생각이 들었거든요. 차라리 내가 구입하기로 했죠." 지난 5년 동안 사비(私費)를 털어 구입한 아르브뤼 작품은 줄잡아 1000여점.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을 넘는 작품도 있다.

    이날 전시된 작품은 5명이 그린 것이다. 이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동안 정신병동에서 지냈고 지금도 병원을 오가고 있다.

    "아르브뤼 작품은 보통 사람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정신세계의 이면과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자기 작품을 전시한다고 하니 어찌나 기뻐하는지…. 편견과 차별의 대상인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