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울한 축제(祝祭)

〈제8보〉(107~121)=중국에선 매년 20명의 새 프로를 배출하는데 그중 3명은 15세 미만 우선이다. 당장은 좀 약하더라도 미리 제도권에 영입해 육성한다는 취지인데, 과연 이 과정을 거친 꼬마 신예들이 무섭게 뻗어나고 있다. 왕하오양만 해도 12세에 입단했다. 뛰어난 기재들이 좁은 입단관문 탓에 일찍 바둑을 포기하거나, 입단하더라도 탈진해 반짝하고 사라지는 한국으로선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백이 110까지 여유 있게 연결해 가선 전국적으로 흑이 더욱 엷어졌다. 이제 와서 111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기어코 수상전에서 승리했지만 전체 형세가 여의치 않으니 '우울한 축제'쯤 될까. 115의 양보도 불가피하다. 참고1도에서 112의 의미가 드러난다.

120 절단이 아프다. 그러나 이 수가 역전으로 가는 출발점이 됐으니 앞날을 모르는 게 바둑이다. 백은 118을 뒀으면 참고2도 1~5의 수순을 거친 뒤 7이 옳았다. 흑 8로 나가봐도 11까지 돌려 백의 만족. 121이 평범해 보이지만 시기적절한 응수타진이었다. 여기서부터 박영훈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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