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만에 레드 카펫이 깔렸다… 70개국 355편 화려한 경연

역대 최대 규모인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9일 오후 7시30분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9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영화배우 장미희·김윤석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에는 120여명의 국내 유명 배우들을 비롯,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인 프랑스의 장 자크 베넥스 감독 등 20여명의 해외 게스트들이 참석했다. 야외상영장에 마련된 좌석 5000개는 게스트와 관람객들로 가득 메워졌으며, 행사장 밖에도 시민 2000여명이 운집해 축제의 개막을 지켜봤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오후 6시20분쯤부터 시작된 레드 카펫 행사에는 미국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함께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조시 하트넷과 이병헌을 비롯한 스타 배우들이 차례로 등장해 관중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레드 카펫 행사는 영화제 개막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진 감독과 주연배우 장동건·고두심·임하룡·한채영이 마지막으로 입장할 때까지 이어졌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은 개막 선언에서 "아시아 영화의 희망인 부산국제영화제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부산영화제는 영화 팬들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과 개막작 소개에 이어 김창완밴드와 소녀시대의 축하공연이 열렸고, 곧이어 수영만 하늘을 화려한 불꽃들이 수놓으면서 총 70개국 355편 영화가 상영되는 부산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이날 공개된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3대에 걸친 한국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린 코믹 휴먼 드라마. 김정호(이순재) 차지욱(장동건) 한경자(고두심) 세 대통령이 차례로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빚은 작품이다.

월드컵 복권 이벤트에서 "내가 당첨되면 전액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김정호 대통령은 진짜로 244억원짜리 복권 1등에 당첨되자 참모들에게 말도 못하고 속을 끓인다. 아내와 사별한 뒤 아들을 키우며 혼자 사는 젊은 대통령 차지욱은 한 시민으로부터 "신장을 기증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 모습이 보도된 뒤 정말 신장이식을 해줘야 할지 고민한다. 여성 대통령 한경자는 남편으로부터 "대통령 남편 노릇 못하겠다"며 이혼 요청을 받는다.

영화엔 현실정치의 모습들이 다양하게 투영됐으나 장진 감독은 풍자에서 비판과 야유를 빼고 권력자와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했다. 라면 먹는 대통령과 멸치 다듬는 대통령의 모습은, 그런 상상을 스크린에 옮겼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듯하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블록버스터도 문제작도 아니지만, 10월의 행복한 영화 도시 부산의 애피타이저로는 무척 훌륭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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