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명콤비' 또 뭉쳤다

    입력 : 2009.10.12 03:10 | 수정 : 2009.10.12 04:29

    안성기·박중훈 '굿 다운로더 캠페인' 공동위원장 맡아… "영화 정정당당하게 다운받자"
    동료 배우 10명 섭외 캠페인 CF 무료 출연

    안성기(오른쪽)·박중훈‘투 캅스’가 이번엔 영화 합법 다운로드 캠페인 공동위원장이 되어 뭉쳤다. 두 사람은“영화배우들이 모 두 동참하고 싶어하는 아주 좋은 캠페인”이라고 말했다./부산=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차선 없는 도로에 차선을 그려놓으면 자연스럽게 교통질서를 지키게 되죠. 굿 다운로더 캠페인은 영화 다운로드 시장에 차선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안성기(57)·박중훈(43) 두 톱스타가 다시 뭉쳤다. 이번엔 "합법 인터넷사이트에서 정정당당하게 영화를 다운받자"는 내용의 '굿 다운로더 캠페인'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최근 동료 배우 10명과 함께 캠페인 CF에도 무료 출연한 이들은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해운대 백사장에서 장동건·김하늘·하지원·엄정화와 함께 1시간 넘게 야외무대에 선 채로 캠페인을 벌여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0일 부산에서 기자와 만난 두 사람은 "CF든 캠페인이든 바로 우리 일이기 때문에 '노 개런티'는 당연한 것"이라며 "빨리 캠페인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굿 다운로더 캠페인' 위원장은 애초 안성기에게 제의가 왔었으나, 그가 박중훈과 공동위원장을 맡겠다고 했다. "이제 박중훈씨도 맏형 역할을 할 때가 됐어요. 그렇게 저의 역할도 조금씩 대물림을 해야죠."(안성기) "안성기 선배님이 배우협회장할 때도 제가 부회장이었고, 저는 늘 '안성기 비서실장'이라고 생각해요."(박중훈)

    DVD 시장을 비롯한 한국 영화산업의 극장 개봉 후 부가판권 시장은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궤멸상태다. 이웃 일본만 해도 DVD 시장 규모가 극장상영 시장의 2배가 넘는다. "이번에 영화 '해운대' 불법 유출사건으로 영화사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사례가 됐습니다. 합법 다운로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캠페인 시점과 딱 맞아떨어졌어요."(안성기) "그간의 캠페인에서 불법 다운이 범죄라는 점을 부각했다면, '굿 다운로더 캠페인'은 우리 모두 합법적인 소비자가 되자는 긍정적인 캠페인입니다."(박중훈)

    캠페인 CF에 참여한 배우들은 두 사람이 직접 섭외했다. 일반 CF였다면 개런티로 100억원이 들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선배님이 남자배우들, 제가 여자배우들을 맡아서 하루 만에 섭외를 끝냈어요. 다들 고맙게도 흔쾌히 응해줬습니다."(박중훈)

    오랫동안 한국영화계의 대표 콤비 역할을 해 온 두 사람은 나이 차가 많지만 끈끈한 동료애로 묶여 있다. "1980년대에 컬러TV가 등장하고 검열도 많아서 영화가 사양길에 접어들었죠. 실력 있는 연기자들이 다들 TV로 가던 그 시절을 우리 둘이 함께 통과했다는 공감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두어 계급 아랜데도 선배님과 콤비가 된 거죠."(박중훈)

    사진을 찍으려고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약속한 듯 똑같이 진 바지에 검은색 재킷을 입었다. 두 사람은 "또 이렇게 됐네. 우리가 자주 (약속을 안 해도) 이래요"라며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