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유물이 더 잘 보여… 마음이 부자된 느낌"

"항아리 몸체를 보세요. 풍만하고 당당하면서 정말 잘생기지 않았습니까? 여기 있는 포도알 문양은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합니다. 무엇보다 왕실의 번영을 상징하는 것이죠."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여민해락(與民偕樂)》이 열리고 있는 이곳에서 '전문가와 함께하는 갤러리 토크'가 열렸다. 매주 수·토요일 마련되는 이 프로그램은 조선일보에 지난 6월부터 '한국문화, 그 찬란한 기억-미리 보는 특별전 대표유물' 시리즈를 연재한 전문가들이 직접 전시유물을 설명하는 자리다.

이날 박물관은 지난 8월 10일자 본지에 실린 윤용이 명지대 교수의 '백자철화포도문(白磁鐵畵葡萄文) 항아리(국보 제107호)' 해설을 미리 관람객에게 나눠줬다.

윤 교수는 "여러분은 지금 우리나라 도자기 중에서 최고의 작품 앞에 서 있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 항아리가 만들어진 18세기는 조선 후기 문화의 전성기였습니다. 시조·판소리·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가 유행하면서 문화의 황금기를 구가했고, 유백색(乳白色)의 백자와 간결한 청화백자(靑畵白磁)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였죠." 윤 교수는 "백색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 선조들은 겨울에 눈이 내리는 설백색(雪白色)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했다"며 "조선시대 사람들이 백자를 사랑한 이유는 바로 청렴결백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53.8㎝나 되는 항아리 앞에 모여든 80여명의 관람객은 윤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빛내며 공감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사람도 있었고, 수첩과 볼펜을 손에 들고 열심히 받아 적는 사람들도 많았다.

항아리의 구도와 특징, 가치와 의미, 18세기의 문화적 배경, 유물에 얽힌 뒷얘기…. 1시간의 열띤 강연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항아리를 자세히 보면 중간에 이음줄이 있는데 어떻게 생긴 것이냐"는 질문에 윤 교수는 "아주 좋은 질문"이라며 "상하를 따로 만들어서 이어붙였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조선시대 항아리의 특징"이라고 답했다.

박명숙(54·경기도 군포)씨는 "전시된 유물 앞에서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니 유물이 더 잘 보인다. 마음이 부자 된 느낌"이라고 했다. 윤용이 교수는 "유물 앞에서 강연을 진행한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고,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