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오묘(奧妙)한 게임

〈제10보〉(130~142)="좋은 수인데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투에서 이겼으되 전쟁에선 진 것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봤으니 전체를 꿰뚫지 못했다. "반드시 가야 할 자리지만 몇 수 선행 수순을 빠뜨렸다"는 경우도 많다. '좋은 공간'을 '적절한 타이밍'에 차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까다로운 주문인가. 종횡 19로(路)의 좁디좁은 바둑판이 가르치는 우주의 원리는 볼수록 오묘하다.

130은 자체로 기막힌 요소(要所). 이 한 수로 중앙이 완벽하게 백의 영향권에 편입됐다. 덕분에 이리저리 '살집'도 많이 붙을 모양새다. 왕하오양도 착점하면서 "끝났다"는 표정. 그러나 이 수가 역전패의 전조(前兆)가 되리란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130으론 참고도 1, 3이 더 컸다(11집 플러스 알파). 거꾸로 흑이 131, 133을 해치워선 턱밑까지 추격했다.

140까지는 일단 필연. 흑은 141로 뻗어 '놓고 때리기'를 노린다. 다음 흑 142에 손이 돌아온다면 중앙에 큰 집이 생기므로 142는 당연. 하지만 142가 과연 이 상황에서 봉쇄를 피하는 최선의 수였는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보에서 142의 착점 위치에 대한 적부(適否)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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