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간발(間髮)의 각축

〈제11보〉(142~161)=박영훈이 어린 시절 '방랑기객'으로 잔뼈를 굳혀 입단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 최고 영재들만을 엄선, 집중 육성하는 연구생을 거쳐야만 대성한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박영훈이 입단 후 속기(速棋)서 최고의 승률을 올리자 평론가들은 "아마시절 짧은 제한시간에 단련된 덕분"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아무튼 박영훈은 출세가 제도권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 최초의 '서민 출신' 기사로 기록된다.

142로는 143까지 갈 수도 있지만 실전이 정수. 오른쪽 흑 대마에 대한 추궁과 관련이 있다. 참고도 백 1이면 12까지 우변 흑이 너무 깔끔하게 안정되기 때문(7…2). 실전은 145 이후 우변 흑이 아직도 약간 찜찜하다. 146은 흑이 먼저 '가'로 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절대점. 147은 10집, 148도 비슷한 크기다.

151이 놓인 시점에서 형세는 어떨까. 흑은 아직도 6호 반이란 덤의 '험산'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160에 이르러 기어코 백에게서 또 한 차례 문제수가 등장한다. 160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그 전에 백 '나', 흑 '다'의 선수 교환이 절대 긴요했다는 것. 이 미세한 집중력 부족은 이 바둑의 종반전을 마침내 간발(間髮)의 각축장으로 몰아넣는다.

 

 

왕하오양 박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