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마지막 오발(誤發)

〈제12보〉(162~180)=집 차가 조금씩 좁혀지다가 막판 기어이 승패가 뒤집어지는 과정은 언제나 한 편의 드라마로 손색없다. 만심, 초조, 경솔, 심약(心弱)을 거쳐 끝내 파탄이란 극적 장치가 빠짐없이, 마치 극본에 쓰여 있었기라도 했던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바둑은 전형적인 역전 드라마의 전형(典型)을 충실히 밟고 있다. 그리고 그 클라이맥스가 곧 눈앞에 전개될 참이다.

162도, 164도 불가피한 응수. 그런 뒤 흑 165가 놓인다. 백이 먼저 165로 밀었더라도 절대 선수였던 곳이다. 170을 생략할 수 없으니 165는 일종의 양선수(兩先手) 의미가 있다. 그 와중에 바둑은 기어이 반 집 승부로까지 좁혀졌다. 백으로선 땅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역전엔 이르지 않았다. 171, 173은 하중앙을 주택화하는 약 5집짜리 끝내기. 176으로 참고도 1 이하로 우변 흑을 공략해봤자 잘 안 된다. 하지만 178까지 놓인 뒤 179는 절대수. 이대로 백 반 집승이 결정되고 마는가.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왕하오양에게서 마지막 '오발탄(誤發彈)'이 등장한다. 아아, 180! LG배 8강 티켓의 임자를 바꾸는 결정적 일착이었다. 어디가 정답이었을지 분석은 다음 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