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쪽박사이] 영화 '토끼와 리저드'

이인경 기자 - '감성 멜로가 자꾸 허세 멜로로 보이는 이유' 쪽박지수 80％

'빨간 토끼를 찾아다니는 남자'와 '어깨에 리저드(도마뱀)를 달고다니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토끼와 리저드'는 감성 멜로를 표방한다. 제목부터가 감각적이다. 남녀 주인공이 어린 시절 안게 된 트라우마를 토끼와 리저드라는 동물에 빗댄 은유가 세련되다. 영상 또한 한 편의 CF를 보는 듯 예쁘다. 하지만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진심보다 허세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유리의 재발견'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영화다. 연기자로 전업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성유리는 매 작품 때마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 연기를 못한다'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크린에 도전하는 그는 그간의 논란을 한번에 불식시킬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섯살 때 미국으로 입양돼 23년이 지나서야 한국 땅에 돌아온 메이(성유리). 그는 어깨에 도마뱀처럼 꿈틀거리는 상처가 어린 시절 왜 생긴 것인지 알고 싶어서,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홀로 고향을 찾는다.

우연히 공항 택시 정류장에서 심장병의 일종인 민히제스틴 증후군을 앓고 있는 택시 기사 은설(장혁)을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사랑에 빠진다.

성유리는 자기한테 추근대는 은설에게 "니가 뭔데 날 따라다녀"라고 고래고래 악을 쓰거나, 모텔 화장실 욕조에 누워 눈물이 고이는 듯한 내면 연기를 어색함 없이 표현했다. 청바지에 점퍼, 칭칭 동여맨 목도리 안에 얼굴을 숨긴 성유리의 모습은 세상과 단절된 공허한 메이와 딱 겹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우연을 필연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의도적인 장치를 곳곳에 삽입해, 결국 진부함으로 귀결됐다. 메이가 머무는 싸구려 모텔 안을 노트북과 인형, 감각적인 소품들로 예쁘게 꾸며놓은 것은 메이의 현실을 과하게 포장한 것처럼 보인다. 은설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다가 차창을 통해 쌀과자를 하늘로 날리는 장면 또한 영상면에서는 아름다웠지만 현실이었다면 '왠 허세?'라는 얘기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장혁과 성유리가 속한 싸이더스HQ 소속이자, 장혁의 절친인 차태현이 카메오로 출연한 것도 식상함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SBS '패밀리가 떴다'에도 콤비 게스트로 종종 출몰하고 있다. 이제는 장혁-차태현도 대선배 정준호-신현준처럼 관객을 위해 발전적 이별을 맞이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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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기자- '가을,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영화' 대박 지수 60％

[스포츠조선 T―뉴스 이진호 기자] '토끼와 리저드'는 성유리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사실 이외에 제대로 된 주목을 받지 못한 영화다. 현재 극장가는 두 멜로 '내사랑 내곁에'와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점령한 상황이다.

'토끼와 리저드'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지만 '굿모닝 프레지던트''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위력 앞에 언론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영화가 철저히 은설(장혁)과 메이(성유리)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다른 영화와 같이 영화 외적인 이슈를 만들기 힘들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놓고 볼 때 '토끼와 리저드'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작은 영화가 가진 저력으로 '토끼와 리저드'는 충무로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개봉 전 소리만 요란한 영화들보다도 영화 자체의 몰입도가 높고 아름다운 영상이 잔잔한 여운을 준다. 의도된 마케팅이나 과도한 홍보에서 비껴있어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잔잔한 영화 한편을 감상할 수 있다.

다소 진부한 남녀 간의 최루성 영화가 될 거란 당초 고정관념과 달리 영화는 막이 오르자 건조한 톤으로 두 남녀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단순한 러브 스토리가 아닌 서로가 지닌 상처와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보듬고 이해하게 되는 '치유'의 메시지까지 던져 준다.

자칫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는 내용을 마치 한편의 광고를 보는 듯이, 아름다운 배경과 가슴 따듯해지는 선율로 자연스럽게 융화시킨 것도 매력이다.

'토끼와 리저드'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누구나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 상처에 대해 나지막이 따스하게 이야기한다. 영화를 본 후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 마음 속 상처를 조용히 감싸 안아줄 누군가를 올 가을엔 만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살며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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