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콘텐츠'전(展)으로 변신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展)

14일(현지시각) 개막한 세계 최대 도서박람회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가장 큰 이슈는 도서전 자체의 사활을 건 변신이다. 인터넷 및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종이책 시장이 위축되는 데다가 금융위기까지 겹쳐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던 참가 부스 수는 7314개로 지난해 7373개에 비해 2%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향후 어떤 변신을 해갈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기존의 종이책과 전자책(ebook)뿐만 아니라 그래픽·오디오·비디오·게임·영화 등 광의의 '콘텐츠 견본시'로의 변신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도서전 조직위는 "앞으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창조의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guest of honor)은 중국이다. 13일 열린 개막 만찬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개막을 선언했다.

올해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은 '전통과 혁신'을 주제로 300여개 출판사와 200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해 세계 출판계에서 계속 높아지고 있는 위상을 과시했다. 인기작가인 소설가 위화,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인 모옌 외에도 피아니스트 랑랑 등을 대거 내세워 '문화대국'의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전 세계의 출판산업이 하락세지만, 중국만은 예외여서 1990년대 후반부터 10년째 줄곧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출판사는 1978년 105개에서 작년 580여개로 늘었다. 1990년대 중반 한국과 중국의 출판시장 규모는 2조원으로 같았지만, 우리나라는 제자리걸음인 반면 중국은 1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조미현 현암사 대표는 "중국이 아시아 출판계의 허브가 돼가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양질의 도서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사상서가 줄고 문학·예술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도서진출국공사 리우린 팀장은 "중국은 '쩌우추취(走出去)', 즉 해외시장에 다양한 중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이번 도서전은 그 확실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 출판계에도 거대한 시장이다. 작년 한국은 대(對)중국 도서 수출 4위국이었다. 수출 종수도 2007년 416종에서 작년 755종으로 늘고 있다. 아이세움의 학습만화 《살아남기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200만부나 팔렸다. 올 3월에는 웅진씽크빅이 베이징에 진출해 현지에서 법인을 만들고 4종의 신간을 펴냈다. 이상수 웅진베이징교육문화자문유한공사 법인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제외하면 중국 출판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유연하다. 워런 버핏의 자서전 《스노볼》 같은 책이 우리나라보다 더 빨리 소개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18일까지 열리며, 100개국 7000여개 출판사가 참여한다. 한국은 18개 출판사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