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극적(劇的) 역전승

〈제13보〉(180~225)=미세한 상황까지 추격했다지만 아직도 백의 덜미를 잡아채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황. 바둑판은 거의 다 메워져 큰 끝내기 자리도 보이지 않아 이대로 끝난다면 백 반집 승이었다. 역전승의 꿈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순간 180이 떨어졌고 마침내 마지막 드라마가 완성된다. 검토 결과 이 수가 백의 패착으로 지목됐다. 참고도 1 이하 5까지가 백이 반 집을 이기는 길이었다.

문제의 185 자리를 흑이 차지해선 거꾸로 흑이 지는 일은 없다. 백으로선 스타디움에 들어선 뒤에도 앞서 달리다 골인 직전에 선두를 빼앗긴 격. 사태를 직감한 왕하오양이 여기서 비상수단을 들고 나온다. 206으로 집어넣어 승부 패(覇)를 감행한 것. 패에서 질 경우 무려 5집을 손해보지만 속된 말로 '이판사판'의 상황이다.

일단 211로 후퇴한 뒤 212를 기다려 본격적인 패싸움에 들어갔다. 와중의 220은 한 집 손해수. 결국 225 때 '실탄'이 떨어졌고, 왕하오양은 침울한 표정으로 돌을 거두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합계 6집을 만회할 만한 팻감이 보이지 않는 것. 반대로 흑에겐 아직도 중앙에 팻감이 남아 있다. 흑의 극적 역전승이자, 백으로선 장렬한 옥쇄였다. (210 216 222…206, 213 219 22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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