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유작전 도록(圖錄) 44년 만에 정식 출간

한국 근대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박수근(朴壽根·1914~1965) 화백의 1965년 유작전 도록이 처음으로 출간되고, 유작전이 44년 만에 다시 열린다.

박 화백의 유작전은 작가가 타계한 그해 10월 서울 중앙공보관화랑에서 79점이 전시된 가운데 열렸다. 생전에 한 번도 개인전을 열지 못했던 박 화백은 첫 전시를 준비하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박 화백의 부인 김복순 여사는 남편의 유작전을 열면서 도록을 내고 싶어했지만, 사정이 어려워 8쪽 분량의 리플릿을 제작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유작전 도록이 빛을 보게 된 것은 (사)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박 화백의 카탈로그 레조네(전작 도록)를 만들기 위해 유족에게서 받은 자료 가운데 유작전 작품 슬라이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협회 소속인 송향선 가람화랑 대표는 "슬라이드를 발견한 뒤 마로니에북스 출판사에 박수근 유작전 도록을 출판하자고 제안했고, 출판사가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1년에 걸쳐 도록을 준비하면서 박 화백 작품의 색을 분해해 당시 색을 재현하고 교정을 거듭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유작전 도록 교정에 참여한 박명자 갤러리현대 사장이 유작전을 열자고 나섰고, 박 사장과 송 대표가 당시 전시된 작품 79점 중 20점을 수소문해 모았다.

박 사장은 서울 반도화랑에 근무하던 시절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파는 등 인연이 깊었고, 박 화백이 타계한 뒤에는 20주기와 30주기 추모전을 열었다. 송 대표는 박 화백의 10주기 전시가 열렸던 문헌갤러리의 큐레이터였던 인연으로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박 사장은 "박수근 선생이 생전에 도록 한번 내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고, 송 대표는 "출간된 도록을 돌아가신 김복순 여사에게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박수근 유작전 도록 출판은 국내 미술계에 의미가 크다. 대가들의 작품 진위를 가리는 데 가장 결정적인 카탈로그 레조네가 거의 없는 국내 상황에서 박 화백의 카탈로그 레조네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송 대표는 "협회가 몇 년째 박 화백의 카탈로그 레조네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유작전 도록 출판을 계기로 일이 빨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박수근이 돌아왔다》 유작전은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두가헌갤러리에서 열린다. (02)739-1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