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향보다 높은 상품 가입땐 '별도 확인서' 작성해야

직장인 최모(36·경기도 평촌)씨는 2007년 말 1000만원가량을 해외 주식형펀드에 가입하고 나서 지금까지 펀드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 최씨는 작년 펀드 수익률이 -40%까지 떨어졌을 때 다시는 펀드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올해 국내 주식형펀드 신규 가입자들이 50~60%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고, 최근 신규 펀드에 가입하려고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그런데 2년 전과 달리 펀드 가입이 간단하지 않았다. 지난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펀드 가입 절차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16일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지점을 찾아 펀드에 직접 가입해봤다. 펀드 계좌 개설부터 입금까지 약 1시간30분이 걸렸다. 자필 사인해야 하는 서류만도 5장이 넘었다. 펀드 가입 절차를 A부터 Z까지 알아본다.

◆나의 투자성향은?

먼저 펀드 거래를 시작하려면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 지점을 찾아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시중 은행에서 가입할 경우에는 예금 계좌를 먼저 개설하고, 가입하고자 하는 펀드 계좌를 별도로 개설해야 한다. 하지만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를 이용하면 CMA 계좌 하나만으로 펀드 거래를 포함해 모든 금융거래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

계좌를 개설한 후에는 '고객투자성향 진단 설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어떤 유형의 투자자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연령대와 투자 가능 기간, 투자경험,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수준, 투자원금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 파생상품 투자경험 등 총 9가지 질문에 대해 객관식으로 답을 하게 된다. 평가결과는 100점 만점 점수로 환산돼 5등급으로 분류된다.

평가점수가 ①20점 이하일 경우 예·적금과 같이 원금손실을 원하지 않는 '안정형' 투자자로 분류되며 ②20~40점 이하는 단기적인 손실은 수용할 수 있지만,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 수준의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안정추구형' 투자자에 해당한다.

또 ③40~60점 이하는 주식과 채권에 적절하게 배분해 투자하는 '위험중립형', ④60~80점 이하는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주식과 파생상품 등 변동성이 큰 상품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적극 투자형', ⑤80점을 초과한다면 손실 위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공격투자형' 투자자에 해당한다. 투자성향에 따라 가입이 권유되는 상품도 달라진다. 예컨대 안정형 투자자들에게는 예금·적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가 권유되고, 공격투자형 투자자에게는 해외 주식형펀드와 국내 주식형펀드가 적합 상품으로 꼽힌다. 하이일드채권형펀드나 인덱스펀드는 공격투자형보다는 위험이 다소 낮은 적극 투자형 상품에 포함된다.

◆투자성향보다 높은 상품에 가입하려면?

기자는 74점을 맞아 적극 투자형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투자성향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해외 원자재펀드(공격투자형 상품)'에 가입하려 하자, 판매 직원의 권유가 아닌 고객이 직접 고위험이 높은 펀드를 선택했다는 확인서를 작성해야 했다. 해당 펀드의 투자대상과 위험, 투자자 책임, 환헤지 여부 등에 대해 20여분간 설명을 들은 후 '고객지정 금융상품 가입확인서'에 가입하고자 하는 펀드 명칭을 자필로 작성했다. 또 "투자설명서를 제공받았으며 주요 내용을 설명 듣고 이해했다"는 내용이 담긴 '투자설명서 교부 및 주요 내용 설명 확인서'에도 사인해야 했다.

◆펀드 가입 시간대 고려해야

거치식 투자자가 아니라면 펀드에 신규 가입할 때 당장 목돈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 펀드 매수 최소단위인 1000원만 있어도 바로 펀드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펀드 거래를 한다면, 언제든지 추가로 펀드에 돈을 넣을 수 있다. 판매사의 온라인 펀드거래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한 후 판매사에서 나눠준 '보안카드'를 이용해 원하는 펀드에 추가로 돈을 입금하면 된다.

다만,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는 펀드 가입 시간대에 따라 실제 펀드 투자 시점이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 펀드의 경우 오후 3시 이전에 펀드 가입절차를 마치고 자금을 입금해야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다음 날부터 바로 펀드 투자가 시작된다. 3시 이후에 가입하면 다음 날 종가를 기준으로 이틀 후부터 펀드 투자가 개시된다. 해외 펀드는 오후 5시가 기준이다. 5시 이전에 가입해야 다음 날 종가로 이틀 후부터 실제 투자에 들어간다.

직장 일에 쫓겨 번번이 적정 시간대를 맞추지 못하는 샐러리맨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펀드 예약 매수'를 이용하는 게 좋다. 미리 펀드 매수 주문을 걸어놓으면 다음 날 자동으로 펀드 계좌로 자금이 입금돼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