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의 시네마 업데이트] '디스트릭트9'

남아공 '외계인 수용구역'의 잔인하고 서글픈 인종차별 고발

충격적이다. 어떻게 이 거대한 규모의 영화를 그토록 조용히 만들었는지 의아한 영화 '디스트릭트 9'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의 SF영화다.

분명 외계인이 등장하지만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찍혔고, 기상천외한 CG를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이룩한다. 외계인들에겐 더럽고 치사한 일상까지 선사한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어떻게 촬영했을까. 전방위적으로 영화의 모든 것이 궁금해지는 영화, 정말 오랜만이다.

제목인 '디스트릭트 9'은 외계인 수용구역의 이름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만든 이 구역엔 얼결에 지구에 왔다가 28년 간 인간들의 철저한 통제 하에 살아가는 외계인들이 있다. 세월은 '디스트릭트 9'과 그 주변을 갖은 밀거래와 범죄가 성행하는 무법천지로 만들어놓는다. 정부는 뒤늦게 외계인들을 강제 이주시키기로 하고 외계인 관리국(MNU)의 요원들을 '디스트릭트 9'으로 파견한다. 그 와중에 이주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요원들의 책임자 비커스가 이상한 외계물질에 노출된다.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서서히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비커스를 둘러싸고, 곧 끔찍한 소동이 벌어진다.

영화 속 배경이 세계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곳 중 하나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백인은 흑인을 짓밟고, 흑인은 벌레를 닮은 형상의 외계인들을 짓밟는다. 차별받는 자가 더 차별하는 끔찍한 악순환. '디스트릭트 9'엔 그 악순환의 굴레가 보인다. 게다가 군대를 대동한 MNU 요원들에 의해 억지 서명을 하고 살던 집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야 하는 외계인들의 모습은 또 어떤가. 차별받다 못해 강제퇴거까지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발견되는 SF라니, 이것 참 희한하다. 그리고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비커스가 이 모든 것을 경험한다. 차별하던 위치에 있던 비커스는, 외계인 유전자에만 반응하는 강력한 외계 무기를 얻으려는 정부에 의해 생체 실험대상으로까지 추락한다. 실험실에서 탈출한 그가 흉측한 몸을 의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디스트릭트 9' 뿐이다.

'언젠가 출신지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을 폭로하겠다'고 결심했다던 신인 감독 닐 블롬캠프는 작심하고 뜻을 펼친다. 신인의 솜씨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강력하고 새로운 비주얼로. 중간 중간 등장하는 비커스 주변 사람들(실제 일반인들을 캐스팅했다)의 인터뷰, TV 중계화면이나 CCTV 화면 등을 통해 전달되는 영상은 이 상상력의 세계에 우스꽝스럽고도 섬뜩한 현실감을 준다.

이토록 잔인하고 서글퍼지는 SF라니.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악한 생물은 인간이라는 사실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