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뮤지컬이 요즘 랭킹 선두권을 나란히 달리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영화에서는 야설록의 원작을 영화화한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3위를 지키고 있고, 공연쪽에서는 김 훈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남한산성'이 1위에 랭크됐습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뮤지컬과 드라마로 낯익은 명성황후가,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주화파 최명길, 척화파 김상헌, 인조대왕 등이 주인공입니다. 두 작품 모두 시련의 역사를 온 몸으로 부딪쳐야했던 인물들이 주요 캐릭터입니다. 그러다보니 비장미가 바닥에 깔려있습니다. '역사의 무거움'은 관객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부담을 덜어줄 전략이 필요합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팩션 사극이라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동안 에바 페론처럼 '운명에 도전했던 비운의 여걸'로 묘사됐던 명성황후를 '여인 민자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역사로부터 한걸음 멀어지는 대신 '순수한 사랑'이라는 멜로의 공식에 한발짝 다가섰습니다.
야설록은 80년대 무협소설계의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군림했던 작가입니다. 만화작가, 소설가를 거쳐 요즘에는 게임 개발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특성을 살려서일까요, 싸움장면에서 무협적, 만화적 요소가 상당히 삽입됐습니다.
가슴을 후벼파는 예리한 필치와 독특한 역사, 인간해석으로 여운을 남기는 김 훈 원작의 '남한산성'은 소설의 정신은 유지하되 틀을 많이 바꿨습니다.
소설에서는 비중이 작은 오달제를 주연급으로 격상시켰고, 매향이라는 가공의 기생을 투입했습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보다는 약하지만 멜로의 요소를 가미한 것이죠. 아울러 코믹한 캐릭터들로 드라마의 완급조절을 시도했습니다. 삶의 비루함에서 정당성을 찾는 작가의 관점과 뮤지컬 장르로의 재구성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역사 소재의 작품은 흔히 '왜곡 논란'에 휩싸이곤 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현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 영화나 뮤지컬은 픽션인만큼 장르의 성격에 따라 재구성될 여지가 있습니다. 역사에 충실하는 것 못지않게 장르적 완성도 또한 중요한 잣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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