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직업군인 아내의 전사(戰死)소식… 남편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할까

스탠리(존 쿠잭)는 직업군인 아내가 이라크전에 파병된 탓에 두 딸을 혼자 키우며 산다. 어느 날 그의 집에 장교들이 아내의 전사소식을 갖고 찾아온다.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그는 두 어린 딸을 데리고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여행에 즐거워하면서도 뭔가 이상한 눈치다. 스탠리는 아내의 죽음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할지 요령부득이다.

22일 개봉할 미국영화 '굿바이 그레이스'는 아내가 참전하고 남편이 집을 지킨다는 설정이 일단 낯설다. 이 영화에서 남편의 허리는 구부정하고 걸음걸이는 무겁게 휘어져 있다. 그가 무기력해서가 아니라, 아내를 전쟁터에 보냈기 때문이다. 파병군인 가족모임에서도 청일점인 남편은 여자들의 대화에 잘 끼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이라크전 사망군인에 여자들도 있음을 상기시키고, 그 후유증을 아빠가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이 있음을 알린다.

그러나 이 영화를 굳이 반전(反戰)영화로 맞춰 읽을 필요는 없다. 주인공의 아내가 전쟁에서 죽었고 그 소식을 군인들이 알려준다는 것을 제외하면, 영화에서 전쟁을 부각시키는 연출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아이들에게 전해야 하는 남편과, 그런 아빠를 보며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 할 것이다.

여행 도중 수퍼마켓 완구코너의 장난감 집에 세 식구가 들어가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가족이란 부모와 자녀라는 형식으로 완성되며, 어떤 명목의 여행도 집이라는 틀이 주는 안식을 대신할 수 없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귀가를 결심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긴장이나 반전이 없다시피 한 드라마여서 좀 밋밋하다. 가족 이야기만 하면 눈물나는 사람들에게 추천. 슬픔을 삭이며 아빠 노릇을 다하는 존 쿠잭의 연기가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