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고추의 힘을 보여주마!'
충무로가 작은 한국 영화들로 넘쳐난다. 1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은 영화, 또는 개봉 시기를 놓친 묵은 작품들이 벌떼처럼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지난 8일 개봉한 '정승필 실종 사건' '헬로우 마이 러브' '호우시절'을 시작으로 15일엔 '부산'이 개봉했다. 11월까지 '라라 션샤인' '토끼와 리저드' '하늘과 바다' '집행자' '파주' '여행자' '펜트하우스 코끼리' '킬 미' '내눈에 콩깍지' '나는 행복합니다' 등의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한 달 정도의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한국영화들이 몰리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11월 극장가 비수기의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 몇 편이 개봉하긴 하지만 올해는 작은 영화 러시라고 할 정도로 편수가 많다.
CGV의 김영 영화팀장은 "지난 3년간 한국영화 산업은 바닥이었다. 결국 영화계가 검증되지 않은 영화를 다양하게 풀 수 있는 방법으로 디지털과 저예산을 선택하게 됐다. 올해 초 '워낭소리' '똥파리'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저예산 상업영화의 제작이 꾸준히 늘어났다"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개봉하는 겨울방학에 앞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지금이 최적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작은 영화들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파주'와 '집행자'는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며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 작은 영화라고 작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도 충분하다.
'헬로우 마이 러브' '집행자'를 홍보하는 래핑보아의 강은경 실장은 "작은 영화들은 제작비가 적기 때문에 많은 관객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대신 영화 완성도가 높아 관객들의 입소문을 기대하고 있다. 또 배우들도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열심히 홍보에 임하고 있어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영화계 비수기인 가을에 조용하지만 뜨거운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