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조승우' 장나라, 강혜정보다 장애 연기 가슴 찡한 이유

"장애는 '틀린 것' 아니라 '다른 것'이죠"

[스포츠조선 T―뉴스 이인경 기자] 선행천사, 한류스타, 노래도 되는 연기자 등등. 수많은 수식어와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장나라에게서 연기파라는 말은 다소 생소하게 여겨진다. 2003년 영화 '오! 해피데이'에 출연했을 때조차 그는 드라마 인기를 등에 업은 스크린 진출 배우로 평가절하됐다.

그런 장나라가 6년만에 영화 '하늘과 바다'(오달균 감독)로 컴백해 국내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장나라는 영화에서 24세의 나이지만 지능은 6세에 머문 서번트 증후군을 연기해, 한층 성숙하고 깊어진 연기력을 발휘했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떨어지지만 음악 연주나 암기 등에 뛰어난 천재성을 지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승우가 과거 '말아톤', 신현준이 '맨발의 기봉이', 이범수가 '오!브라더스' 등에서 지능이 떨어지는 장애 연기를 했지만 여배우들에게 장애 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무명 시절의 문소리가 '오아시스'의 장애 연기로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섰지만 톱스타일 때 지능 장애 연기를 맡는다는 것은 '허브'와 '웰컴 투 동박골'의 강혜정 외에 거의 없다.

연기 자체가 어려운데다, 잘못하면 망가지는 캐릭터로 남을 수 있기에 예쁘고 인기 많은 여배우들이 굳이 도전할 이유가 없다.

장나라가 '하늘과 바다'에서 서번트 증후군 연기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이번 영화의 총괄 지휘를 맡은 장나라 아버지 주호성씨는 "최소 20억 인구(중국에서 한류 스타인 장나라의 인지도를 감안해)가 불법으로든 합법으로든 볼 것이라는 생각에 착하고 가슴 따뜻한 영화를 만들려 했다. 나라가 영화에서 제 몫을 해주었다"라고 밝혔다.

예상하다시피 '하늘과 바다'는 착한 영화다. 부모 없이 홀로 사는 하늘(장나라)이 반항기 어린 이웃 대학생 바다(쥬니)와 친구가 되면서 세상에 손을 내민다는 스토리다. 여기에 상습적으로 도둑질을 일삼는 고아 피자 배달부 진구(유아인)가 하늘과 바다와 엮이면서 개과천선하는 교훈까지 준다. 가족 영화로는 손색 없지만 지나치게 착한 스토리 때문에 '막장 드라마'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지루함을 깨워주는 힘이 장나라의 연기에 있다. "하늘이 엄마가 친구는 무조건 서로 믿고 다 주는 거랬어. 또 매일 보는 사람은 친구라고 했어. 그러니까 피자 배달 친구는 하늘이 친구고, 피자 배달 친구가 피자값으로 10만원을 달라면, 하늘이는 줘야 하는 거야"라고 애기처럼 옹알옹알대는 장나라의 모습은 진짜 여섯살 아이 같다.

38kg까지 체중을 감량하고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자기 이마와 뺨을 딱딱 치면서 빙글빙글도는 정신 나간 모습을 연기할 때에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물론 '허브'의 강혜정도 장나라 못지 않은 연기를 했다. 하지만 진심을 울리며 공감을 사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보는 평이 적지 않았다. 입 돌출 수술을 한 강혜정의 새로운 모습에 역할 이입이 잘 되지 않았던 관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나라는 눈밑 다크서클과 웃을 때 드러나는 덧니까지 모두 사용하면서 완벽한 6세 지능을 연기했다. 온 얼굴 근육을 다 썼을 만큼 혼신의 연기를 한 흔적이 엿보였다. 그의 연기가 진정성과 공감을 주는 대목이었다.

영화 흥행에 있어서는 강혜정의 '허브'보다 뒤쳐질 수도 있다. 장동건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할리우드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등 경쟁작의 물량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나라는 영화가 실패하더라도 '연기파'라는 수식어를 달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하늘과 바다'는 대종상 영화제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늘과 바다'는 29일 개봉한다.

< be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