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아는 만큼 덜 낸다-11] 개인기업의 법인전환

누구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개인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소규모이긴 하지만 손쉽게 ‘쌈지 돈(개인자본)’을 끌어 쓸 수 있어 자본조달도 힘들 게 없다.

그러나 사업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경영활동 전체를 혼자 감당하기가 벅차고 추가로 외부자본을 조달할 필요도 생기게 된다. 또 이익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이 때는 사업의 형태를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법인은 개인과는 다른 별개의 법률적 주체다. 때문에 사업을 하던 개인이 소유한 사업용 재산을 법인에 양도할 때 부동산이 있을 경우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금은 사업의 지속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따라서 사업의 연속성이 유지하면서 일정한 요건을 갖춰 개인사업을 법인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개인이 법인에 양도하는 사업용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일단 유예해 준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법인이 그 부동산을 양도할 때 과거 개인이 납부했어야 할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법인의 법인세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이월과세라 한다.  

이월과세는 연속성이 인정되는 사업의 형태전환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법인전환이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개인기업의 법인전환 방법으로는 개인기업의 사업용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현물 출자해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과 개인 사업주가 발기인이 되어 법인을 설립하고 개인기업의 사업용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법인에 양도하는 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때 법인의 자본금은 개인사업으로 운영하던 사업장의 자산을 시가로 평가한 자산가액의 합계에서 충당금을 포함한 부채의 합계를 공제한 순자산가액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서 시가는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간의 거래가격이 원칙이나 그 가격을 찾기 어려운 경우 감정가를 적용한다. 감정가액도 없다면 기준시가를 적용하면 된다. 다만 현물출자의 경우 현물출자는 발기인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에 개인사업주가 반드시 발기인이 돼야 한다. 또 개인기업 결산 후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고 감정의 대상이 되는 자산은 감정을 받아야 한다. 사업 양수도를 택할 경우에는 법인을 설립한 후 3개월 내에 사업을 포괄적으로 양도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모두 갖춰 법인전환을 하게 되면 챙길 수 있는 이익이 적지 않다. 종전에 개인기업이 적용 받던 세액공제액으로 이월된 금액이 있을 경우 법인이 이를 승계해 공제 받을 수 있고, 창업중소기업이나 농공단지입주기업이 받던 감면도 감면기한까지 승계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기업의 결손금을 법인이 승계할 수는 없다. 이 때는 개인기업이 결손금을 충분히 공제받은 뒤에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의 요건을 갖춰 양도하게 되면 부가가치세 부담도 피할 수 있다. 원래 부가세 과세대상이 되는 재화를 공급할 때 양도자는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고 양수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거래대금과 같이 받아 납부한 후 매입세액공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업을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법상 과세거래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고 부가가치세의 납부 및 환급에 따른 일시적 자금부담도 덜 수 있다. 

이 밖에도 요건을 갖춰 법인전환을 하게 되면 법인으로 이전되는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와 등록세도 면제된다. 다만 법인을 설립할 때 부담하는 자본등기에 대한 등록세는 면제되지 않는다.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 내에서 법인을 설립하거나 자본금을 증가하는 등기를 하는 경우에는 자본등기에 대하여도 일반세율의 3배인 1.44%로 중과세를 한다. 단, 개인이 대도시에서 5년 이상 사업자등록을 하고 운영해오던 제조업을 법인 전환할 때는 중과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상에서 살펴 본 대로 요건을 잘 갖춰 법인전환을 하면 큰 세금부담 없이 사업의 형태를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요건을 갖추는데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들 수 있다. 각각의 경우마다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도 달라진다. 일례로 부동산이 없어 양도소득세의 이월과세나 부동산의 취득세, 등록세 등의 면제를 적용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해보자. 이 경우에는 법인의 자본금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부가가치세 과세거래에 해당하지 않기 위한 포괄양도의 요건과 자본등기등록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요건만을 고려해도 충분하다.

사실 사업양도와 현물출자라는 두 가지 방법은 세금의 측면에서는 효과가 유사하다. 다만 상법상 법인의 설립절차가 달라 소요되는 시간이 달라진다. 결국 각각 주어진 상황에 맞춰 세무전문가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종국 전무는

19년 이상 국내외 기업의 조세 및 경영자문 업무를 수행해 온 세무 전문가 겸 공인회계사다. 딜로이트 안진에서 세무금융팀 전무를 맡고 있다. 금융, 제조, 건설, 서비스 등 많은 기업의 세무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세무회계실무 등 수권의 저서가 있다. 현재 한국공인회계사회 세무조정 감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