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실학(實學)사상을 한눈에~

조선후기 실학(實學) 사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실학박물관이 경기도 남양주에서 23일 문을 연다.

경기문화재단이 설립·운영하는 실학박물관은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다산 정약용 유적지 옆 4075㎡(1200여평)에 132억원을 들여 2038㎡(600여평) 규모로 건립됐다. 경제사학자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초대 관장을 맡았다.

실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 3개와 기획전시실, 80석 규모의 강당과 부대시설 등을 갖췄다. 상설전시실에는 유형원의 〈반계수록(磻溪隨錄)〉, 정약용의 〈경세유표(經世遺表)〉, 박제가의 〈북학의(北學議)〉 등 대표적인 실학자 저서들의 가장본(家藏本)과 수고본(手稿本·저자가 직접 손으로 써서 만든 책)을 비롯해서 아라비아식 휴대용 천문기기인 '아스트롤라베(Astrolabe)' 등 실학 유물 130건 300여점이 전시된다. 제1전시실은 실학의 형성 과정, 제2전시실은 실학의 전개 과정을 볼 수 있으며, 제3전시실은 천문과 지리를 관람할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선 개관특별전으로 《김육(金堉)과 대동법(大同法)》이 내년 4월까지 열린다. 김육(1580~1658)은 태음력과 태양력의 원리를 결합한 시헌력을 실시하고 대동법을 시행한 조선 중기의 대표적 개혁가다. 김육의 대표적인 저술과 관련 유물 50여점이 전시되며, 김육의 생애와 사상을 보여주는 기록화와 영상자료도 보여준다.

박물관 개관식은 23일 오전 10시30분 열리며, 한·중·일 3국의 전통화포(火砲) 발사가 시연된다. 한편 30~31일 서울 프레스센터와 실학박물관에서는 박물관 개관 기념 국제실학학술회의가 개최된다. 임형택 한국실학학회 회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실학과 19세기' '실학의 세계와 방법론적 모색' 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된다. 거룽진(葛榮晉) 중국실학학회장, 오가와 하루히사 일본 동아실학연구회장 등 동양권 학자들이 '동아시아 실학'의 개념 정립을 시도하고,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등 서양학자의 시각으로 본 동양의 실학사상도 발표된다.

안병직 관장은 "한국 전통학문의 최고봉인 실학을 연구하고 교육·전시해서 현대적 가치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전시자료가 대부분 서지(書誌) 유물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고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중무휴 운영되며, 입장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