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원죄론(原罪論)

〈제3보〉(28~39)=추쥔(邱峻·27)은 현재 중국 랭킹 14위로 현역 타이틀(창기배) 보유자 명단에 올라 있다. '마왕(魔王)'이란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불리며 95년 입단 이후 통산 6회나 우승했다. 작년 봄엔 중국 1인자 구리(古力)를 따돌리고 이광배를 제패하기도 했다. 두텁기로 유명한 중국 청년기사 무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견 강호 중 1명.

28부터 31까지는 예정된 코스이며 32로 좌변을 장악하는 것으로 초반 접전이 일단락됐다. 흑이 선수를 뽑게 돼 불만 없는 출발이란 중론. 33이 놓이니 우변 흑세가 입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36까지 서로 진지(陣地)를 구축하던 끝에 놓인 37은 좀 이상한 수였다. 33과의 간격도 지나치게 좁다. 최규병 九단이 제시한 참고도의 진행과 비교해 볼 일이다.

38로 말뚝을 박자 그제서야 급히 39로 뛰어든다. 하지만 강력한 적세(敵勢) 속에 이런 식으로 깊숙이 침입해선 주도권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일방적으로 쫓기거나, 살더라도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기 때문. 이 점은 이후 흑이 이 바둑 내내 고전한 원죄(原罪)에 해당했다. 그렇다면 39로 대세점은 과연 어디였는지 다음 보에서 알아본다.

 

 

 

추쥔 천스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