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펀드로 세계 공략해볼까

내년부터 국내주식형펀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 설정된 해외주식형펀드에도 주어지던 주식 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앞으로 자신이 투자한 해외주식형펀드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15.4%의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같은 해외펀드면서도 세제 혜택 때문에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역외펀드 운용사들은 '앞으로 동등한 조건이라면 경쟁해 볼만하다'는 입장이다. 역외펀드는 투자 지역과 대상도 다양한 데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해외 지사에서 직접 운용하는 유수의 펀드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어떤 역외펀드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지, 역외펀드 투자 때 유의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역외펀드도 신흥시장 펀드 위주로 올해 수익률 좋아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역외펀드도 국내 해외주식형펀드와 마찬가지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

올해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HSBC의 'HSBC인도주식펀드AD'로 연초 후 수익률이 129.54%에 달한다. 이 외에도 라틴아메리카, 인도네시아에 각각 투자하는 역외펀드들이 올해 세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에 설정된 해외펀드 중에서 연초 후 세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인 펀드는 총 15개로, 역시 브릭스(BRICs) 같은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인도, 인도네시아, 남미, 그 외 전 세계 신흥국에 투자하는 역외펀드가 올해 70% 이상의 평균 수익률을 나타내 성적이 가장 좋았다.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제외하면 천연자원에 투자하는 원자재펀드의 수익률이 연초 후 67.41%로 가장 좋았다.

가장 성적이 저조한 유형은 일본 주식형과 일본 중소형주식형으로 각각 올해 수익률이 10.64%, 17.5%에 그쳤다. 이 외에 제약(건강)·생명공학·통신서비스 같은 섹터펀드와 영국·프랑스·독일·스위스·유럽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30% 미만의 수익률로 성적이 나빴다.

◆환율, 배당 방식 등 유의해야

역외펀드에 투자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환율과 관련한 위험이다. 역외펀드는 따로 환 헤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에서 아무리 수익이 많다 하더라도 환율에서 까먹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주식에서 벌고, 환차익도 얻는 경우다.

예를 들어 달러화로 투자하는 역외펀드에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일 때 1000만원(1만달러)을 투자했다고 하자. 1년 뒤 수익률이 30%였는데 그동안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 원화 대비 20% 평가절하됐다면 펀드 환매로 얻을 수 있는 돈은 40만원(세금 제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펀드 원금은 1만3000달러가 됐지만, 환율 하락으로 인해 달러당 800원에 환전하게 되면 원화 환산 금액은 1040만원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외펀드에 투자할 때는 이 펀드가 어떤 통화로 투자하는지, 투자하는 통화가 앞으로 강세를 보일 것인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환매를 했더라도 투자한 통화가 원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 당분간 계좌에 외화 상태로 예치해 놨다가 나중에 환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배당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펀드는 연말에 배당을 받게 되면 배당받은 금액을 자동으로 펀드에 재투자한다. 역외펀드의 경우 펀드 종류에 따라 배당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펀드 이름 뒤에 '(현금)배당'이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그렇다. 남아메리카에 투자하는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템플턴 라틴아메리카펀드A(USD-현금배당)'가 그런 경우다. 이런 펀드는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다른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다소 낮을 수 있다.

◆절세혜택 이어가는 틈새 상품도

최근 펀드 비과세 혜택 폐지를 앞두고 틈새 상품이 나오고 있다. 세금 때문에 해외펀드 투자에 주저하게 된다면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서 당분간 절세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들도 있다.

KB자산운용은 우리나라와 중국에 동시에 투자하는 KB한중황금분할펀드를 출시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주식에 7대 3의 비율로 투자하는 이 펀드에 올해 안에 가입해 3년 이상 투자하면 중국 투자분에서 나오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는 물론, 소득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올해까지 적용되는 3년 이상 장기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경우의 세제혜택을 활용한 것인데, 여기서 장기적립식 펀드를 '국내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로 정의한 점을 이용했다. 일부 중국에 투자하면서도 국내 펀드로 취급되는 것이다.

'우리아이3억만들기G펀드'처럼 펀드 이름 뒤에 G가 붙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펀드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원래 약관상 '국내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였다가 '국내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로 약관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펀드자산의 20% 내외를 해외주식에도 투자하고 있다. 올해까지 3년 이상 적립식으로 투자시 해외 투자분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