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 재테크팀장의 알뜰 리포트] 반년짜리 정기예금·저축은(銀) 후순위채에 돈이 몰린다

"저축은행 후순위채에 투자해도 되나요?"

요즘 김인응 우리은행PB사업단 부부장이 고객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이다. 은행만 10여년 넘게 거래하며 신중한 투자를 해온 고객조차도 연 8%대 금리를 준다는 말에 저축은행 후순위채를 기웃거린다는 것이다. 후순위채는 금융회사가 문닫게 되면 상환 순위가 가장 뒤로 밀리기 때문에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은행 단골 고객까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를 찾기 시작한 현상에 대해 김 부부장은 "펀드 환매자금이나 만기 돌아온 예금 등 돈은 있는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주가, 집값, 금값, 유가 등 대부분의 자산 가치가 크게 치솟았다. 가격이 너무 오르다 보니 거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먹을 게 없어 '재테크 식탁'을 어떤 음식으로 채워야 할지 더 어려워진 상황인 셈이다. 이런 틈새 시장을 노리고 최근 등장한 몇가지 신종 금융상품들을 알아본다.

①연 5% 6개월 정기예금

거액 자산가들의 관심은 출구전략(시중자금 흡수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 시행 시점에 집중돼 있다. 연내 금리가 오르긴 힘들고, 내년 초쯤 금리가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함형길 하나은행압구정센터장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서 만기를 1년 이상으로 길게 가져가지 않고 짧게 굴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큰손'(자산가)들은 특히 6개월 만기 정기예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통상 3개월 만기와 6개월 만기 예금은 금리차가 0.5%포인트 안팎 벌어진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더라도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금리가 낮은 3개월 예금으로 두 번 돌리는 것보다는 금리가 높은 6개월 예금으로 한 번 운용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선 유리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일부 금융회사들은 6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이자를 두둑이 얹어주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3개월 만기에 최고 연 3.2%, 6개월은 최고 연 3.9%를 준다. 스카이·중앙부산·대전 등 일부 저축은행들은 3개월 만기 정기예금에는 연 3~4%대 금리만 주지만 6개월 만기로 가입하면 연 5%를 준다. 이순길 스카이저축은행수신팀장은 "출구전략이 반년쯤 후에 나올 것이라고 보고 신규 고객 10명 중 9명은 6개월 만기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신종 주가지수 상품

지난달 1700대를 찍고 하락해 한 달째 옆걸음질 치고 있는 증시에 대해 '일시적인 조정일 것'이라는 분석과 '하락 추세로 돌아선 것'이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식·펀드 등 위험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은 당장 처분하지는 않고, 주가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틈새 상품에 가입해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출시된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 상품은 주가가 하락해야만 수익을 챙길 수 있는데, 투자자들 관심이 몰리면서 20일 기준 44개 ETF 중에 거래량 2위를 기록했다. 이달 초 신한은행이 판매한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중에서도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챙기는 유형에도 4억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한국투자증권이 20일 선보인 하락형 주가연계증권(ELS)은 1년 후 주가가 지금보다 하락해 있어야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하락형 ELS는 2004년까지 증권사들이 종종 팔았지만 이후 주가가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데 이런 상품이 5년 만에 재등장한 것이다. 김나이 대리는 "주가가 반토막나거나 급등하더라도 원금은 100% 보전되기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 관리 수단으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단 하락형 상품에 투자할 땐 주의할 점이 있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부장은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은 어디까지나 위험 관리 차원에서 분산 접근해야지, 전체 자산의 주력 상품으로 올인해선 안 된다"며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장기적인 투자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손바꿈을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③저축은행 후순위채

지난달 실시된 솔로몬저축은행의 후순위채 청약에는 총 1122억원의 자금이 몰려 화제가 됐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청약에 1000억원 이상 뭉칫돈이 몰린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만 거래하던 보수적인 자산가들이 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바람에 은행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저축은행 후순위채가 어느 새 정기예금이나 적립식 펀드처럼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하는 신종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같은 '솔로몬 효과'에 힘입어 최근 대형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 판매가 잇따르고 있다. 제일·진흥저축은행이 21일까지 연 8.5%의 이자를 주는 만기 5년 3개월짜리 후순위채를 팔며, 토마토저축은행도 다음 달 2~4일 연 8.4%짜리 후순위채(만기 5년 2개월)를 300억원어치 판매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조만간 고금리 후순위채를 내놓을 계획이다. 저축은행 후순위채는 금리가 연 8%대로 매우 후하지만, 만기가 5년 이상으로 길며 중도 해약이 어렵고 예금자보호 대상도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