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이산(離散)가족

〈제4보〉(39~50)=천스위안이 한국 프로로 활동한 기간은 4년 남짓. 2005년 병역의무 때문에 모국 대만으로 돌아간 이후 성적이 눈부시다. 2005년 중환배 제패를 신호탄으로 동강배(2005년) 국수전(2006년) 천원전(2007년) 왕좌전(2008년) 등을 정복했고 올해 기왕 타이틀을 추가, 우승 컵을 10개로 늘렸다. 기왕전 결승상대가 기존 1인자 저우쥔쉰(周俊勳)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같은 이유로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80년대 한국바둑계를 휩쓸었던 조훈현을 연상시킨다.

39의 단기(單騎) 돌입보다는 여유로운 삭감책이 바람직했다. 참고도 흑 1이 한 예. 백이 2로 받으면 5까지 가볍게 처리한다. 흑 1 때 백 A면 흑 B. 실전에선 40 이하 44로 맹공을 받아 주도권이 넘어가 버렸다. 45로 '가'에 두면 근근이 두 눈을 낼 수는 있지만 외곽에 백설이 덮일 것이다.

세(勢)가 든든한 백으로선 46의 사나운 젖힘은 당연하다. 50까지 좌우가 '이산가족' 신세가 되면서 흑의 본격적인 고전이 시작됐다. 참고도의 경묘한 처리를 흘려버린 것이 새삼 아쉬워진다. 검토실의 대만 팀 임원이 바짝 의자를 당겨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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