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쪽박사이] 영화 '하늘과 바다'

하늘과 바다(장나라 쥬니 유아인 주연, 오달균 감독, 12세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이진호 기자- "어른들을 위한 가슴 따뜻한 한편의 동화" 대박지수 70％

막장과 막말이 판치는 시대다. 어쩌면 우리도 모르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에 길들여져 버린 느낌이다. 웬만한 독설과 막장에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각박한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의미에서 보면 순수하고 착한 영화 '하늘과 바다'를 촬영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처럼 보인다. 자극적인 것들로 길들여진 요즘 사람들에게 '하늘과 바다'는 보나마나 쪽박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하늘과 바다'는 한방을 품고 있다. 각박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화수 같은 기분을 준다고 할까? 조금은 유치하지만 가슴이 촉촉해진다.

물론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부정적인 생각들이 한번에 확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하늘(장나라)이 나라(쥬니)와 진구(유아인)를 만나 세상에 한발 한발씩 다가가는 모습이 너무 착하고 친절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임을 이내 알 수 있다. 각기 다른 세 명의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 그리고 고민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터치했다.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보다는 하나하나 천천히 그리고 잔잔하게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어쩌면 이러한 친절함 덕분에 경계심을 풀고 좀 맘 놓고 영화를 관람했던 것 같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동화 속 매력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나 할까?

동화같은 아름다운 배경과 맑고 고운 선율의 조화도 이 영화의 또 다른 큰 매력 중 하나다. 내용상으로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음악이라는 보조적 장치로 손색없이 메우고 있다. 장나라의 바이올린 연주와 쥬니의 폭발력인 가창력은 어쩌면 두 사람의 성격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어디에서든지 자기만의 소리를 내는 장나라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폭발적인 보이스를 가지고 있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외로움을 품고 있는 쥬니. 이 둘의 서로 다른 음색이 잘 어울려 아름다운 음악과 가슴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혹자는 '하늘과 바다'를 보면서 유치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늘과 바다'를 보면서 자신이 자극적인 세상에 너무 길들여져 버린 건 아닌지 반추해보는 것은 어떨까.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오달균 감독의 바람처럼 누구와도 맘 편히 볼 수 있는 영화가 요즘 같은 시대에 한 편 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이인경 기자- "5월 가족의 달에 어울리는 너무 착한 영화" 쪽박지수 50％

'아내의 유혹' '밥줘' 같은 막장 드라마가 득세한 브라운관에서 착한 드라마는 시선조차 잡아끌기 힘들다. 스크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선행 천사 장나라와 영화 '마음이'로 심금을 울린 오달균 감독이 손잡았으니, '하늘과 바다'는 단연 착함의 끝을 보여준다. '제2의 말아톤'이 되길 바라는 게 제작진과 장나라의 소망이겠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다. 착한 영화는 투자부터가 여의치 않기에,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씨가 직접 제작자로 나서 돈을 댄 점만 봐도 그렇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하늘과 바다'는 '착한 거짓말' 같다. 속물적인 어른의 눈으로 본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이야기이고,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본다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가는 법칙을 깨닫게하는 동화 같은 스토리다.

연기력 면에서는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장나라는 향후 그의 대표작이라 꼽을 만한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서번트 증후군(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떨어지지만 음악 연주나 암기 등에 뛰어난 천재성을 지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을 얼굴의 전 근육을 써가면서 연기했다. 보고 있자면 놀랍도록 빨려들어간다. 특히나 여성 톱스타가 장애 연기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어서, 장나라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은 A+가 아깝지 않다.

38kg까지 체중을 감량했으며 양갈래 머리를 땋았다. 자기 이마와 뺨을 딱딱 치면서 빙글빙글 도는 정신 나간 연기를 할 때엔 소름이 끼친다. 다크서클과 덧니도 전혀 가리지 않고 다 드러내면서 서번트 증후군 하늘이로 완벽히 몰입했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부모 없이 홀로 사는 하늘(장나라)이 반항기 어린 이웃 대학생 바다(쥬니)와 친구가 되면서 세상에 손을 내민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상습적으로 도둑질을 일삼는 고아 피자 배달부 진구(유아인)가 하늘, 바다와 엮이면서 개과천선하는 교훈까지 준다.

바다가 진구에게 돈을 마구 주는 하늘이를 나무라자, 하늘이는 어른스런 답을 한다.

"하늘이 엄마가 친구는 무조건 서로 믿고 다 주는 거랬어. 또 매일 보는 사람은 친구라고 했어. 그러니까 피자 배달 친구는 하늘이 친구고, 피자 배달 친구가 피자값으로 10만원을 달라면, 하늘이는 줘야 하는 거야"라고 애기처럼 옹알옹알대는 장나라의 모습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6년전부터 기획한 영화라고 애착을 드러낸 주호성씨는 "불법이든 합법이든 20억 인구(중국어권 한류스타임을 감안할 때)가 본다는 책임감에 가슴 따뜻하고 착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박이 터지지 않더라도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장나라는 29일 개봉에 앞서, 11월 열리는 대종상영화제에 김혜자ㆍ최강희ㆍ수애ㆍ김민선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 쥬니 또한 신인여우상에 올랐으며, 장나라와 쥬니가 부른 OST에 힘입어 음악상과 작품상까지 노미네이트됐다.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작품성 만으로 올해 다섯 편의 영화 안에 들었다. 다만 '해운대'의 하지원을 제치고 장나라만 후보에 올랐다고 '대종상의 장나라 편애' 관련 소식이 쏟아지는 데 안타까움과 우려가 남는다. 만일 가정의 달인 5월에 개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