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청화백자·나한도… 숨겨진 '명품 유물'들

지난 9월 29일 막이 오른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여민해락(與民偕樂)》이 앞으로 2주 남았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다음달 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특별전에는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명품 유물' 150여점이 출품됐다. 전시 초기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몽유도원도〉(지난 7일 전시 완료)〈천마도〉(11일 전시 완료)를 비롯하여 〈수월관음도〉〈은제금도금주전자〉〈백자철화포도문항아리〉 등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은 전시유물이 수두룩하다. 그중에서 자칫 놓치기 쉽지만 꼭 봐야 할 5개를 골랐다.

◆청화백자 '홍치이년'명 송죽문호(靑畵白磁 '弘治二年'銘 松竹文壺)

우리나라에서 제작연대가 확실한 청화백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높이 48㎝의 항아리이며, 깨끗한 백색에 청색 안료로 소나무와 대나무를 가득 그렸다. 몸체 윗부분이 당당하게 벌어져 있고, 아래 부분은 잘록하게 들어갔다. 조선전기의 전형적인 백자 형태로 그림의 솜씨나 고르게 칠해진 유약으로 보아 왕실에서 사용된 최상품의 도자기임에 틀림없다. 지리산 화엄사에 전해져 온 유물인데 두 번이나 도난당했던 것을 찾아 1960년대 동국대박물관에 기증했다.

◆건칠보살좌상(乾漆菩薩坐像) 2구

나무나 흙으로 원형을 만들고 그 위에 천이나 종이를 여러 겹 바르고 옻칠을 하여 조각한 불상이 건칠불(乾漆佛)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건칠불은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약 15구이다. 이번 전시에 함께 출품된 일본 오쿠라슈코칸(大倉集古館)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건칠보살좌상 2구는 크기와 형태가 매우 유사하여, 한 부처님을 함께 협시(脇侍)했던 보살상으로 보일 정도이다. 오쿠라슈코칸 소장품은 X선 조사 결과, 10~12겹의 천을 발라 만들었음이 밝혀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살상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이왕가박물관이 일본인에게서 구입했다.

◆나한도(羅漢圖)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부처의 바로 아래 단계로 깨달은 고승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이후 중국에서 나한 신앙이 전래됐다. 조선전기 나한도는 나한 한 명당 한 폭씩 그려지는 형식이었고, 조선후기에는 16나한도가 유행했다. 미국 LA카운티박물관이 소장한 이 〈나한도〉는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1501~1565)가 나라의 평안과 왕의 무병장수 및 자손의 번영을 위해 1562년에 제작한 오백나한도 중 하나다. 소나무 아래에 있는 존자(尊者)는 두루마리로 된 경책을 읽고 있고, 붉은 옷과 신·귀고리 등 화려한 치레를 걸쳤다.

◆설씨부인 권선문첩(薛氏夫人勸善文帖)

조선 단종~성종 때 문신으로 활약한 신말주(申末舟·1439~?)의 부인 설씨는 원효대사의 아들 설총(薛聰)의 28대 손녀이다. 이 문첩은 신말주 부부가 전라도 순창에 머물렀을 때인 1482년, 강천사(剛泉寺)를 복원하기 위해 설씨부인이 신도들에게 시주를 권하는 글을 짓고 직접 그림까지 그린 것이다. 전체 16폭 가운데 14폭은 권선문(勸善文)이고, 나머지 2폭은 청록산수화풍으로 그린 채색 그림이다. 그림은 실제 경치를 사실적이고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마지막 폭에 '성화18년(성종 13년·1482년) 7월 정부인 설(薛)'이라는 연대와 인장이 찍혀 있다.

◆복천오부인(福川吳夫人) 86세 초상

전주이씨 밀창군(密昌君) 이직(1677~1746)의 무덤에서 출토된 부인 오씨(1676~1761 이후)의 초상화로, 조선시대에 보기 드문 여인 초상화다. '복천오부인 86세 진(福川吳夫人 八十六歲 眞)'이라고 쓰인 제목 아래 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앉아 있는 노부인이 그려져 있다. 그림 왼쪽에는 밀창군의 맏아들이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1713~1791)에게 부탁해 86세 된 어머니의 초상을 그렸다는 발문이 있다.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 밀창군 후손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밀창군 유품을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