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세력과 곤마(困馬)

〈제6보〉(61~76)=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만 하면 먼저 떠오르는 기사는 저우쥔쉰(周俊勳)이었다. 2007년 제11회 LG배 때 대만 바둑사상 첫 세계대회 우승을 일궈내는 등 독보적 강자로 군림해왔기 때문.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천스위안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이젠 둘 중 누가 대만 1인자인지 아리송해졌다. 둘 간의 통산전적에서도 천스위안이 15승19패까지 좁혀들었다. 한국기원 출신기사가 대만을 호령한다는 건 흐뭇한 뉴스다.

61은 20집 이상의 가치를 지닌 큰 자리. 그러나 전국적으론 초점을 벗어났다. 이 국면에선 참고도 1이 대세점이었다는 것. 훗날 A로 뛰어 득을 보는 보너스도 짭짤하다. 백이 8까지 우하귀를 파고들면 선수를 뽑아 9를 차지한다. 이런 진행이었다면 아직 서로 먼 길을 가야 할 긴 바둑이었다는 중론.

아니나 다를까, 백은 62 선수 후 64 이하 74까지 흑을 양단하고 나선다. 중앙에 세력권을 형성할 수도 있었던 흑돌들이 졸지에 곤마 신세가 돼버렸다. 75로 '가'에 뛰는 것은 백에게 '나'를 맞아 중앙이 하얗게 변할 것이다. 그래서 한 칸 더 갔는데 이번엔 76 급소 한 방에 전체가 휘청한다. 흑의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