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김승재 '승률 1위' 놓고 정면 충돌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이제 40㎞를 막 통과한 지점쯤 왔을까. 올 시즌 승률 레이스 선두 골인이 떼놓은 당상처럼 보이던 김지석 六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꾸준히 따라붙던 김승재 三단이 마침내 턱밑까지 추격, 어쩌면 이번 주초 역전까지도 가능한 상황으로 바뀐 것.

26일 현재 김지석(20)은 56승14패로 80.0%, 김승재(17)는 44승12패로 78.57%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차이는 불과 1.43%포인트. 김지석이 14승1패(93.3%)로 선두 질주를 시작했던 4월 말 김승재(80.0%·12승3패·당시 6위)와의 격차가 13%포인트 이상이었음을 떠올리면 '머리칼 하나' 차까지 좁혀진 셈이다. 김승재가 6월 말 25승6패(80.6%)로 처음 2위로 뛰어오른 뒤부터 둘은 6월 이후 4개월째 1~2위를 고수해 왔다.

김지석은 그러나 김승재의 맹추격을 받으면서도 올해 한 번도 승률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그는 또 올 시즌 승률뿐 아니라 다승(多勝)과 연승(14)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다. 김승재에게 승률만 추월당하지 않는다면 1997년 이창호 이후 12년 만의 기록 부문 3관왕 달성이란 금자탑을 세우기 직전이다.

이 긴박한 고비에서 김지석과 김승재가 정면 충돌한다. 무대는 27일 벌어질 명인전 리그. A조에 속한 둘은 김승재가 4승, 김지석이 4패를 기록 중이다. 승률왕을 다투는 두 사람답지 않은 대조적 성적 속에 둘은 각각 조 선두와 최하위가 확정돼 있다. 자칫 김빠진 대결로 끝날 뻔한 이 한 판은 승률왕을 건 건곤일척의 일전으로 주목받게 됐다.

이 대결서 만약 김지석이 이긴다면 둘 간의 승률은 3.09%포인트 차로 벌어진다. 김승재가 다시 따라잡기엔 만만치 않은 간격이다. 문제는 김승재가 이길 경우. 이때는 김지석 78.87%, 김승재 78.95%로 역전된다. 올 시즌 승률 레이스가 '스타디움 진입' 직전 시점에 단 1만분의 8 차로 처음 바뀐다는 얘기다.

물가정보배 우승으로 생애 첫 타이틀을 따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김지석으로선 10년에 1명도 나오기 힘들다는 기록 3관왕을 눈앞에서 놓칠 수는 없는 입장. 겁 없이 따라붙는 후배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앞날도 편하다. 김승재로서도 장애물 격인 선배들을 제쳐야 현재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된다. 승률 1위란 '마스코트'는 첫 본격 타이틀 도전인 명인성 공략에도 큰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승률 3위로 추격 중인 최철한(51승15패·77.27%)도 신경 쓰인다.

둘은 지금까지 단 두 차례 만나 김승재가 2승무패로 앞서 있다. 하지만 두 판 모두 지난해 전적이고 올해는 한 번도 맞붙지 않았다. 하루만 못 봐도 눈을 비비고 봐야 할 만큼 성장한다는 젊은이들 간 대결이니 이 자료로 결과를 속단하긴 힘들다. 물경 8할대의 고승률 고지를 놓고 다투는 두 기린아의 타이틀 아닌 기록 싸움은 어떻게 매듭지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