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희망을 외치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갤러리 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상선》전(展)은 뉴미디어 작가들의 독특한 시선을 보여준다.

전시에 참여한 문경원·박준범·오용석·이용백·전준호·진기종·최우람 등 20~40대 작가 7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더 활발하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테크놀로지에 의한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으면서 미디어의 세례를 받은 세대다. 전시 제목에서 보이듯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인 '가상선(假想線)'을 작가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펼쳐보인다.

문경원의 〈숭례문〉은 수많은 점으로 이뤄진 숭례문의 형상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면서 해체와 창조를 의미한다. 〈숭례문〉의 화재로 인한 소실과 거듭나기, 재창조를 말하고 있다. 관람자는 기억 속의 숭례문을 떠올리면서 아쉬움과 참담함·아름다움·희망을 느낀다.

이용백의 〈피에타〉는 숨진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를 형상화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작품이다. 갤러리 외벽에 설치된 이 작품은 사람 형상의 거푸집이, 거푸집에서 나온 인형을 안고 있는 형상을 통해 성모 마리아와 예수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이용백의 〈새 폴더 끌기〉는 컴퓨터 바탕 화면에 뜨는 '새 폴더'에 착안한 작품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새 폴더'를 현실세계에 끌어냈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를 표현했다. 거대한 크기의 노란색 '새 폴더'를 제작해 이를 실제로 사람이 끌게하고 이 모습을 촬영했다.

〈지폐 시리즈〉로 유명한 전준호는 북한 지폐를 내세웠다. 모니터로 크게 띄운 북한 지폐 속에서 작가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헬기가 WELCOME(환영)이란 글자를 실어나른다. 지폐 속에서 평온해 보이던 농촌 풍경은 거대한 불길이 번지면서 비극적으로 바뀐다.

오용석의 〈미래의 기억〉은 과거와 현재·미래가 한꺼번에 교차하는 공간을 연출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에다 작가가 그 현장을 찾아가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해 하나의 동일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한쪽은 움직이는 동영상인데 바로 옆에 붙은 사진은 움직임이 없이 고정돼 있다. 진기종의 〈CNN〉은 아랍 가정에서 보이는 CNN의 9·11 테러 뉴스를 설정해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환경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최우람의 스테인리스 스틸과 LED를 이용한 〈우나 루미노(UNA LUMINO)〉는 깊은 바다에 살고 있는 미확인 고생물체처럼 신비롭게 움직인다. 컴퓨터에 의해 조정되지만 하나하나의 개체가 꽃잎 같은 날개를 열며 빛을 내는 광경이 장관이다. 기계생명체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계속된다. (02)2287-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