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이선균, "나의 연기 욕심도 찾았죠"

술친구인 아내 임신으로 참았던 술, 부산영화제서 실컷 마셔 멋진 집에 남부럽지않은 직업, 드라마가 만든 판타지일뿐…

　두주불사, 임전무퇴였다.

그날도 술자리는 동틀 무렵까지 계속 됐다. 다들 어디로 기어들어갔는지 최후의 생존자는 둘 뿐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배우 박희순, 다른 한 사람이 후배 이선균이다.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픽처쇼'는 배우 이선균의 데뷔작이다. 이선균은 이 작품을 통해(혹은 이 작품을 하면서 계속된 술자리를 통해) 연기인생의(혹은 음주인생의) '전우' 박희순을 만났다.

그에겐 박희순 외에 평생을 함께 하는 또 한명의 술친구가 있었다. 지난 5월 결혼한 아내 전혜진이다. 처음 만났을 때 전혜진은 배우였고 이선균은 그녀의 팬이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 한 달 쯤 뒤면(예정일은 11월 30일이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

　▶휴가나온 군인처럼 술마신 사연

부인이 임신한 이후부턴 술을 자제했다. "제가 원래는 해 뜰 때까지 마시는 스타일인데 아내가 임신 중이라 요샌 많이 마시질 못했어요."

그런 그에게 숨통이 트인 시간이 있었다. 최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었다.

"제 둘도 없는 술친구인데, 와이프가 금욕생활을 하다 보니 저 역시 자유롭지 못 한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기회가 될 때는 아주 편하게 마시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제 내려가서도 그랬고. 마치 휴가 나온 군인처럼. 원래 부산영화제는 오며가며 마시다 보면 (관계자들이나 지인들을) 다 만나게 되니까. 정말 많이 마셨어요."

　▶파주에서 보낸 서우와의 시간

이선균은 새영화 '파주'(28일 개봉)에서 나이 어린 처제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남자를 연기했다.

그동안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이나 '하얀거탑',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통해 보여진 도시적인 훈남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루저나 어두운 캐릭터가 오히려 연기하기가 더 편해요. 물론 '커피프린스1호점'도 잘 됐고 제 삶에 있어 환경적으로 좋은 걸 많이 만들어준 작품이지만. 사실 드라마 속의 제 이미지, 이를테면 경치 좋은 집에 혼자 살고, 남부럽지 않은 직업에 맨날 개를 데리고 산책 다닐 수 있는 여유로움 같은 건 다 만들어진 거잖아요. 저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만들어낸 판타지일 뿐이죠."

'파주'에서 소녀의 순수함과 여성적인 매력을 동시에 뿜어내는 처제 역은 서우가 맡았다.

"서우는 굉장히 밝고 당돌하고 주저함이 없는 배우에요. 특히 애교에 있어서는 독보적이죠.(웃음) 연기 욕심도 굉장히 많아요. 시기할 정도로 자기 표현이 정확하죠. 앞으로 정말 큰 여배우가 될 거예요."

　▶안주하려던 내게 욕심이 생겼다

이선균은 영화 '파주'에 대해 "일반 상업영화처럼 템포가 빠르거나 다이내믹하진 않다. 무겁지만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영화적 힘이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파주'는 저에게 욕심을 갖게 한 작품이에요. 배우로서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전까지는 제가 하는 일에 안주를 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목표도 소위 말해 '짜치게 하지 말자'였거든요. 나쁘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이젠 그렇지 않아요.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좋은 걸 하고 싶어요. 이번 '파주'처럼 훌륭한 감독님,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려면 내가 배우로서 더 성장해야겠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