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동혁 "바람둥이? 30대 이후 남자들이면 다 공감!"

[스포츠조선 T―뉴스 이진호 기자] 조동혁에게서 나쁜 남자의 냄새가 난다. 스멀스멀 풍겨나는 차가움이 느껴진달까? 실제 만나본 조동혁은 180도 달랐다. 부드럽고 젠틀함 그 자체였다. 차가운 카리스마에 자상한 매너까지 갖춘 남자라니, 배우로서 축복받은 조건 아닌가?

'펜트하우스-코끼리'(이하 코끼리)에서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끝없이 욕망을 갈구하는 나쁜 남자로 열연했다. 파격 정사신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조동혁을 만나 실제 인생 이야기와 영화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끼리' 촬영 소감은 어떤가?

▶누구나 자신이 촬영한 영화에 대해 당연히 "좋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끼리'는 뭔가 특별히 추억을 많이 만든 영화인 것 같다. 영화 촬영동안 장혁, 이상우, 정승구 감독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남자가 죽이 척척 맞았다. 너무 즐겁고 행복한 영화였다.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다시피 정승구 감독이 해외생활을 오래 했다. 그래서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다.(웃음) 한번은 안마시술소 장면을 촬영하는데 망치, 빼빠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하드코어 소품을 준비해 왔다. 정말 변태 아니냐고 촬영장이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찍는 작품마다 베드신이 많은 편인데?

▶(웃음) 사실 베드신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베드신 때문에 작품을 하는게 아니라 작품을 선택하고 보니 베드신이 많은 건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계신 것 같다. 베드신은 단지 연기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지 베드신을 위해 연기를 하는 건 아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 유난히 베드신이 많은데?

▶사실 모두가 베드신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배우 입장에선 베드신이 정말 괴롭다. 수십명의 스태프가 지켜보고 있는 장소에서 옷을 벗고 여배우와 살을 맞대고 감정을 몰입한다고 생각해보라. 개인적으론 베드신은 가장 영화촬영 중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고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다.



―'코끼리'에서 본인이 맡은 나쁜 남자 민석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영화 속 민석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에서도 그렇듯이 뭔가 채워도 채워도 부족함을 느끼는 인간이랄까?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말 외롭고 고독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말 괜찮은 와이프를 둔 남자지만 자극적인 관계에 중독된 진짜 나쁜 남자다. 전형적인 나쁜남자이긴 하지만 30대 이후 남성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 만도 하다.

―배우로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사실 지금 '미우나 고우나' 등으로 악역의 이미지가 점점 굳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더 큰 배우가 되려면 이런 이미지를 깨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이왕 나쁜 남자 이미지를 가졌다면 나쁜 남자란 역할을 떠올리기만 해도 조동혁이란 이름이 바로 생각날 정도로 몰입해보고 싶다.



―연기에 대한 오마주가 있다면?

▶모델 출신 배우라 오히려 연기에 대해 더 많은 걸 생각하고 고민하는 편이다. 반쪽자리 배우라는 소릴 들을 순 없잖은가? 예전에는 내면 연기를 하는 배우를 보며 연기를 공부했는데 요즘은 이병헌의 연기를 보면서 많은 걸 느낀다. 눈빛 하나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그의 연기력에 소름이 돋는다.



―모델 출신이라 몸이 탄탄한데, 유지 비결이 있다면?

▶사실 운동해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어떤 목표를 가지지 않고 몸을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렵다. 하지만 배우란 게 언제 벗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항상 꾸준히 유지를 해줘야 한다. 매일 아침마다 나 자신도 모르게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정말 괴롭다. 운동을 할때면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하지만 죽을만큼 괴롭게 몸 관리를 하는 게 조동혁이란 배우가 가진 또 하나의 숙명인 것 같다.

―평소 여가시간에는 뭘 하나?

▶모델 출신 배우들의 모임인 '기럭지 패밀리'의 김성수, 오지호, 조연우와 특히 친한 편이다. 이 친구들과 정말 죽이 잘맞아 야구도 하고 인생도 즐긴다.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친구들이고 인생의 좋은 동반자들이다.

―이제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볼 나이가 됐는데?

▶물론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친한 연우형이 16세 연하인 형수와 결혼할 때 정말 많이 부러웠다. 그래도 아직까진 배우로서 내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지 못한 것 같다. 개인적인 욕심이긴 하지만 더 노력하고 갈고 닦아서 '아~ 이 배우'란 말이 나올 때까지 연기에만 몰입하겠다.

조동혁이란 배우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밝은 성격과 맑은 눈을 가진 배우'란 생각이 들다가도 감춰진 고독함이 엿보였다. '카리스마 있고 무게감 있는 성격의 배우'라고 정의내리면, 친절하고 부드러움을 내뿜었다. 예측불허의 인물이랄까?

한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의 사생활과 영화에 대해 말하면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눈빛부터 바뀌며 자신의 고민과 한계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었다. "정말 후회 없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조동혁 이름 석자가 들어간 영화면 아깝지 않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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