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올랐지만 회복은 더뎌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떠오르는 지역이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다. 이들 지역은 유가가 오르면 막대한 오일머니가 유입되면서 경제가 호황을 맞곤 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에 투자하는 중동·아프리카펀드의 성적표는 어떨까.

중동·아프리카펀드는 투자 지역에 따라 크게 EMEA, MENA, 프론티어마켓 펀드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EMEA(Emerging Europe·Middle East·Africa)펀드는 동유럽·중동·아프리카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MENA(MiddleEast·North Africa)펀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프론티어마켓 펀드는 중동을 포함한 프론티어마켓에 집중 투자한다.

중동·아프리카펀드 가운데 최근 가장 성적이 좋은 유형은 EMEA펀드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EMEA증권자투자신탁A(주식)'은 최근 한 달 수익률이 8.57%로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보다도 3%포인트 이상 높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CA자산운용의 EMEA펀드 최근 1개월 수익률이 8%대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 후 수익률도 모두 60%에 육박한다.

최근 EMEA펀드의 성적이 좋은 이유는 러시아 투자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증시는 올해 들어 약 130% 상승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EMEA펀드들은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이런 러시아 투자비중이 전체 자산의 30~3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MENA펀드나 프론티어마켓 펀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달 수익률이 3% 미만이다.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에도 못 미친다. 이 펀드들은 주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에 투자한다.

법률적인 문제 때문에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투자대상에서 빠져 있고, 실제 이들 지역 증시에서 원자재 관련 기업보다도 금융·부동산 관련 종목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그대로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펀드 전문가들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차라리 러시아펀드나 원자재 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중동·아프리카 펀드는 자산배분 차원에서 일부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