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코끼리' 장자연 대신 진정성 봐달라 하지만...

피로 물든 장자연 모습 꼭 보여줘야 했나?

영화 '…코끼리' 실체 공개 핏기 없는 얼굴 등 클로즈업

"민감한 장면이 있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장자연 출연 장면은 뺄 수 없었다."

욕조는 핏물로 가득 찼다. 그 안에 배우 장자연이 누워있다. 카메라는 장자연의 핏기 없는 얼굴과 바닥에 얼룩진 피를 몇번이고 클로즈업한다.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 장자연의 유작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29일 시사회를 통해 160여분에 이르는 실체를 공개했다.

장자연은 극중에서 고급 룸살롱의 접대부로 출연한다. 베드신의 노출 수위는 높았다. 가장 자극적인 건 비극적인 자살로 생을 마감한 현실 속의 죽음이 스크린 속에서 재현되는 순간이다.

영화를 연출한 정승구 감독은 장자연 출연 분량을 그대로 내보낸 이유에 대해 "민감한 부분이 물론 있었다. 하지만 서술 구조라든지 영화의 진정성을 저해하면서 논리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 외적인 요소 때문에 (편집) 하는 건 감독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내부 갈등과 고민 끝에 숙고해서 이 편집본을 내놓게 됐다는 것.

정 감독은 또 '다른 배우로 재촬영을 할 생각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영화의 편집이 다 끝나고 CG작업을 하던 중 (장자연 자살) 사건이 일어났다. 재촬영을 하기엔 대체할 배우도 없었고 여건과 환경 또한 넉넉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출연진, 영화사 관계자들은 작품의 진정성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방황하는 30대 남자의 성장통을 그리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0대의 방황을 표현하기 위해 피로 물든 고인의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