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사면령(赦免令)

〈제10보〉(133~150)=과거 대만의 바둑 유망주들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는 게 불문율이었다. 린하이펑(林海峰)을 필두로 왕리청(王立誠) 장펑유(張豊猷) 판산치(潘善琪) 등 대만출신 일본 프로 숫자가 10여 명에 이를 정도. 그런 시대 흐름(?)을 무시하고 한국을 유학지로 택한 기사는 천스위안과 장정핑(張正平·28) 등 단 2명뿐이다. 98년 여류입단대회를 통과했던 장정핑은 현재 모국에서 초단으로 활동 중이다.

좌상 중앙 일대에 유랑 중인 흑 대마가 아직 두 눈을 못 냈다. 백도 이 대마를 꼭 잡을 생각은 없다. 적절한 흥정으로 '값만 맞으면' 미련없이 살려주는 게 프로 바둑이다. 139에 백은 일단 패(覇)를 피해 잇고 본다. 문제는 141로 "목숨만 살려달라"고 나왔을 때 백의 태도.

참고도 1로 잡으러 가면? 흑은 5까지 수를 늘이고 6에 막아 좌중앙 백 대마를 차단한다. 이 수상전은 백이 1수 빠르다. 그러나 대마 덩치가 워낙 커 어떤 변수가 숨어 있을지 겁난다. 초읽기에 쫓기던 추쥔, 142로 뻗어 인심 쓰듯 대마 사면령(赦免令)을 내렸다. 하지만 흑은 형세가 형세인지라 150 파호 때 또 한 번 반발하고 나서는데….(14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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