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마지막 노림

〈제11보〉(151~171)=추쥔은 2004년 6월 벌어진 한-중 신인왕 대결 때 강타자 안조영 八단을 2대0으로 일축했고 그 사건으로 한국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조영은 국후 "예상치 못한 착점이 많았다"며 상대 수읽기의 정밀함을 솔직히 인정했었다. 추쥔은 그 후 중요한 대목에서 박영훈 박정상 유창혁 등 한국 간판급 기사들을 수시로 꺾어 '한국기사 킬러'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삼성화재배서 송태곤 허영호를, LG배서는 강동윤을 탈락시켰다.

151로 153에 따내 살지 않고 151로 버틴 것이 쪼들리는 '살림 형편'을 말해 준다. 백도 성질 같아선 153에 두어 잡으러 가고 싶은데, 그러나 흑은 참고도 6까지 순식간에 되치는 수를 준비하고 있다. 154는 매우 큰 자리. 흑이 170으로 치중하는 수를 예방했다. 이 수를 당해 소위 반면(盤面)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덤 없이 비슷한 계가라는 뜻.

155 이하 163까지 부지런히 큰 곳을 찾아 헤맸으나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164가 또 보기보다 알찬 자리. 흑이 먼저 '가'를 선수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165부터 170까지는 이렇게 처리될 곳이다. 순간 171이 떨어졌다. 비세(非勢)의 흑이 던져 넣은 '마지막 노림'인데….